그룹명/나의 근작시

흙북

검지 정숙자 2017. 3. 10. 20:06

 

 

    흙북

 

    정숙자

 

 

 

  밤하늘이 저리 푸른 까닭은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가 높이 떠 빛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들 별자리와 더불어 수많은 별들이, 우리가 알 수 없는 그 많은

별들이 함께 어울려 빛을 발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아니!

  우리의 눈이 가닿지 못하는 별들까지도 어디선가 빛나고 있기 때

문입니다.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만이 덩그러니 놓인 하늘이라면 우

리의 태양은 대낮에조차 울려 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름 모를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별 하나하나

  그 중 어느 하나도 없어도 좋은 별은 없을 것이며

  우주는, 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수명이 다하기까지는 빠트리지 않

을 것입니다.

 

  어느 위대한 천문가가 천문도를 다시 그린다고 칩시다.

  저 별은 너무 작아, 저 별은 너무 약해, 저 별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빼버린다면 그 위대한 천문가는 이미 위대한

전문가가 아닐 것입니다.

 

  물론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가 그 자리에 박혔기에 천문도

또한 아름답지만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는 이름 없는 뭇별,

연약한 뭇별, 쓸쓸한 뭇별과 함께 수수억 년을 빛나고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것입니다.

 

  우주의 위대함과

  우주의 변함없음과

  우리가 받아 갖는 위안이

  바로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우주의 운행은 무한량이지마는

  우리의 수명은 순식간입니다.

 

  그 사이에 우리가 꼭 배워야 할 것은 함께 빛나는 것입니다.

  그를 일컬어 다투어 빛난다 한다지요?

  ‘다투어’ 빛난다는 건 저마다 타고난 품이 다르다는 것이고, 그 타

고난 숨결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제외되거나 무시된다면 우주는 우

주로서의 ‘다움’을 잃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주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러지 않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 숱한 별 가운데 하나인 태양에 얹혀

  우리는 아침저녁을 챙기고 잠자리에 들며 나이를 보태다가 돌

아갑니다.

  매양 두꺼운 어둠이 덮칠지라도 점점 살 오르는 달빛과 개밥바라

기 아래 내일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작은 별 한 촉도 초롱초롱 솟는 밤하늘

  우리의 하루하루도 우리의 한 명 한 명도 그와 같기를 소망합니다.

  어떤 별도 위대하지 않거나 아름답지 않거나 소중하지 않다고 여

겨서는 안 되느니라,고 모든 별 한눈에 펴 보이는 밤하늘

 

  한 줄의 시조차도

  갓 태어났거나

  힘없이 늙은 한 명의 시인조차도

  우리의 천문도에서 빼먹어선 안 될 별들입니다.

 

  온밤을 망원경으로 지새우는 천문학자는 아주 먼별에서부터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하나에 이르기까지 찾고 기억하며 이름 붙여주려

애쓴다지요. 이 작은 지구에서, 이 애달픈 찰나의 인생에서

 

  북극성보다 북두칠성보다 카시오페이아보다 하찮은 별이란 없습

니다.

  혹자, 혹은 신의 눈에는

 

  저 또한

  당신 또한

  이파리 뒤의 버러지 또한

  다 같은 쪽이며 꼴일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는 기댈 곳 없는 이 지구상에서 잠시 글썽이는 몸이랄 밖

에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의 생명과 운명은 스스로의 작위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 속에 우연히 맺혔다가 사라지는 피요, 환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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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진『시인광장2017-3월호 /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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