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확장
정숙자
하나의 죽음은 또 하나의 죽음을 안내한다
조금씩 조금씩 낯설지 않게
친숙의 문까지를 열어 보인다
고요한… 고독
그것에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온종일 전화 벨 한 옥타브 튀지 않아도
새소리만 멀리 걸려도,
중심에 죽음이 있다
일주일은 왜 열흘이 아니고 칠일인가?
그런 촉박(促迫)도 어지간히 둥글어졌다
삶이 삶으로부터 떨어져나간다. 먼저 ‘ㅁ’이 그리고 ‘ㄹ’이 그리고 ‘사’만 남는다. 거기서 또 한 획 멀어진다면 ‘시’만이 남게 되겠지. 최후까지 남는 게 시였다니! 그리고 조금 더 훗날 ‘ㅅ’만 남게 된대도 내게는 태양이야. 시옷, 시옷이니까.
홀로 떠 있다 보면 어떤 돌이나 행성이라도
바람과 안개에 의해
그 긁힘과 마모에 의해
최종의 뼈마저도 해체/봉인되겠지
그리고 다시, 거기서 다시 잎이 나겠지
어둡지 않고 차갑지 않은
삶보다는 수 광년 진화된 하늘
먼저 간 죽음이 타전해 오는 새로운 의미의
확장, 일체의 혼란 바꾸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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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경계』2017-봄호 /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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