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죽음의 확장

검지 정숙자 2017. 3. 30. 23:33

   

 

    죽음의 확장

 

    정숙자

 

 

  하나의 죽음은 또 하나의 죽음을 안내한다

 

  조금씩 조금씩 낯설지 않게

  친숙의 문까지를 열어 보인다

 

  고요한고독

 

  그것에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온종일 전화 벨 한 옥타브 튀지 않아도

  새소리만 멀리 걸려도,

 

  중심에 죽음이 있다

 

  일주일은 왜 열흘이 아니고 칠일인가?

  그런 촉박(促迫)도 어지간히 둥글어졌다

 

  삶이 삶으로부터 떨어져나간다. 먼저 ‘ㅁ’이 그리고 ‘ㄹ’이 그리고 ‘사’만 남는다. 거기서 또 한 획 멀어진다면 ‘시’만이 남게 되겠지. 최까지 남는 게 시였다니! 그리고 조금 더 훗날 ‘ㅅ’만 남게 된대도 내게는 태양이야. 시옷, 시옷이니까.

 

  홀로 떠 있다 보면 어떤 돌이나 행성이라도

  바람과 안개에 의해

  그 긁힘과 마모에 의해

  최종의 뼈마저도 해체/봉인되겠지

  그리고 다시, 거기서 다시 잎이 나겠지

 

  어둡지 않고 차갑지 않은

  삶보다는 수 광년 진화된 하늘

  먼저 간 죽음이 타전해 오는 새로운 의미의

  확장, 일체의 혼란 바꾸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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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경계』2017-봄호 /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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