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19
정숙자
종합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이 오성
나타나야 하는지를 미리 규정한다.
적 전환'으로 칸트는 철학사에 하나
판적vorkritisch', 그 이후의 철학을 '후
97):『프랑스 혁명론 Refections on the
로 된 책에서 버크는 유지적으로 성
적인 혁명의 개입을 통해 혼돈돠 폭정의
목적이 수단을 거룩하게 만든
정당화된 사
오른쪽의 위쪽 귀퉁이만 찍힌 위 내용은 『교양』(디트리히 슈바니츠 지
음 | 인성기 外 옮김, 들녘, 초판 46쇄) 713쪽이다. 이 사진이 내 휴대폰에
저장된 날짜는 2014.09.09.오후6:01. 그리고 이 책 말미(752쪽)에는
'2014.9.9-19:10 / 검지 정숙자'로 사인되어 있다. 독파 즉시 책마다 모
두 그렇게 적어둔다.
검정파리매// 나는 산책과 독서를 동시에 한다. 일몰 전 한두 시간 정도
가 책 읽기에 최적이다. 나설 때는 좀 밝지만 돌아오면 곧 어스름이 깔린
다. 그러니까 나에게 산책로는 긴 책상이다. 그날, 책 오른쪽의 위쪽 귀
퉁이 가장자리에 곤충이 날아와 앉았던 것이다. 너무나 검고 너무 낯선,
이름 모를!
좀 무섭긴 했지만 책을 방문해준 그가 무척이나 반갑고 신기했다. 살며
시 휴대폰을 꺼내 조용조용 걸으며(갑자기 멈추면 날아갈 수 있으므로)
두근두근… 촬영했다. 후유! 그런데 사진을 찍고도… 나는 한 페이지를
다 읽어 가는데, 이제 책장을 넘겨야 할 텐데 방문객은 떠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역시 '책 읽는 자'다웠다. 1초도 허비되지 않게 때맞춰 날
아올랐다. 내 눈은 그를 따라가며 '안녕'을 고했다. 몸집이 작아 시야에서
금세 사라졌지만, 그는 진정한 신의 전령이자 안부였다. 정확히 찾아온
점, 포토타임을 준 점, 제때에 돌아간 점, 나는 인터넷을 뒤져 그의 이름
을 알아냈다.
검정파리매! 그가 누구였을까? 왜 왔을까? 그로부터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문득 궁금해진다. 몇 해 전 유명을 달리한 내 옆 사람. 그는 내가 책
읽는 모습을 화투만큼이나, 술만큼이나, 다른 여자만큼이나 좋아했었다.
내 모든 걸 훤히 아는 사람도 그뿐이다. 나비는 아닐지라도 검정파리매,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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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실』2016-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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