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김지현

검지 정숙자 2013. 12. 25. 01:48

 

 

     김지현

 

      정숙자

 

                                                              

  지현 엄마가 진료 받을 동안 지현을 봐주기로 짰다. 비치된 잡

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지현의 기분을 살리려고 아양피우는 나.

…계속 사막이 펼쳐진다. “히야, 또 사막이네!” 별난 목소리로 장

황설을 늘어놓지만 지현의 표정 역시 사막의 선분을 유지할 뿐, 초

록빛이 돌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2006년생. 키 82㎝. 몸무게 12㎏.

 

   아예 돌아서서 창 밖을 바라보는 지현.

  “어? 일 이 삼 있다!” 느닷없이 기쁨에 찬 목소리. 옳지, 주차구

간 표시를 읽은 것이다. 이해 못할 바 아니다. 31개월짜리에게 사막

보다 1 2 3이 감동적인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지현에게도 인생은 인

생. 기쁨이란 쉬이 지나가는 것. 더 이상 읽을 것도 볼거리도 없자

원위치로 돌아앉았다.

 

   나 : 이제 볼 게 없지?

  지현 : 상상으로 보면 모든 걸 볼 수 있어.

 

   한 방에 나가떨어진 나. 그렇지만 즐거움에 가득 찬 나. 내가 지

현을 봐주는 게 아니라 지현이 나를 위로하는 꼴이다. 뭔가 보답해

야겠다고 맘먹은 나는, 지현의 동의 아래「백설공주 이야기」를 세

세히 들려주었다. 동화의 대단원에 이르러 지현에게 물었다. “지현

아, 너도 결혼할 거야?” “응”

 

   “누구랑 할 건데?”

   “도날드 덕!”

 

   졌다. 또 한 방에 나가떨어진 나. 그렇지만 즐거움에 가득 찬

나. 정말 내가 지현을 봐준 게 아니라 지현이 나를 굴렸다. 지현에

게 아직 사막은 없다. 지현 엄마의 어금니 한 개가 온전히 금으로

입혀질 동안 지현과 나는 참으로 새하얀 이빨을 깠다. 내 딸 지현

엄마에게 나는 고주파 스펙트럼을 안겼다. “축하한다.”

 

 

  *『문학청춘』창간호 2009.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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