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입자
정숙자
조용하다. 어디선가 전화가 오다가 끊어진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없다. 기다리는 소식
도 오지 않는다. 햇빛은 밝고 시간은 지나간다. 아직은 모기도 없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다. 하여 태초다. 태초는 빙하기 백악기를 소급한 저쪽이 아니라, 바로 이런 고요인 것이다.
하루에도 한순간에도 빅뱅 이후 모든 지층을 체험할 수 있다. 점점 견고해지는, 편안해지는,
몸에 딱 맞는……고요. 나는 태어나지 않았다. 살지 않아도 된다.
* <들소리문학> 2013-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