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힉스입자

검지 정숙자 2013. 7. 12. 02:07

 

     힉스입자

 

      정숙자

 

  

   조용하다. 어디선가 전화가 오다가 끊어진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없다. 기다리는 소식

도 오지 않는다. 햇빛은 밝고 시간은 지나간다. 아직은 모기도 없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다. 하여 태초다. 태초는 빙하기 백악기를 소급한 저쪽이 아니라, 바로 이런 고요인 것이다.

하루에도 한순간에도 빅뱅 이후 모든 지층을 체험할 수 있다. 점점 견고해지는, 편안해지는,

몸에 딱 맞는……고요. 나는 태어나지 않았다. 살지 않아도 된다.

 

 

  * <들소리문학> 2013-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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