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울려 퍼지는 등불

검지 정숙자 2013. 5. 9. 02:11

 

 

<들소리신문 창간 36주년 기념축시>

 

 

  울려 퍼지는 등불

 

   정숙자         

                                             

 

세상은 점점 환해집니다

몰랐던 것들이 밝혀집니다

없었던 것들이 자꾸 생겨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그럴수록 골목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알 수 없는 일들이 불어납니다

머나먼 창세기를 다시 또 열어봅니다

 

태초의 흑암은 무엇이었을까요?

태초의 빛은 무엇이었을까요?

태초의 말씀은 무엇이었을까요?

 

태양 구름 바람…, 꽃과 강과 이슬은…,

하나님 마음이며 살이며 숨결입니다

한없이 따뜻한 권유입니다

좀 더 기울여야겠습니다

좀 더 귀 기울여 들어야겠습니다

 

들녘 끝에서 들녘 끝까지

서른여섯 해씩 서른여섯 번

삼백예순 번씩 삼백예순여섯이라도

등불 높이 들고 걸어갑니다

 

방방곡곡 울려 퍼지는 그 등불은

높고 푸른 생명입니다

낮이나 밤이나 눈물 가득히

꺼지지 않는, 외로운 기도입니다

 

 

* 《들소리신문》제1482호(1977년 4월 3일 창간)/ 2013년5월5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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