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소리신문 창간 36주년 기념축시>
울려 퍼지는 등불
정숙자
세상은 점점 환해집니다
몰랐던 것들이 밝혀집니다
없었던 것들이 자꾸 생겨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그럴수록 골목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알 수 없는 일들이 불어납니다
머나먼 창세기를 다시 또 열어봅니다
태초의 흑암은 무엇이었을까요?
태초의 빛은 무엇이었을까요?
태초의 말씀은 무엇이었을까요?
태양 구름 바람…, 꽃과 강과 이슬은…,
하나님 마음이며 살이며 숨결입니다
한없이 따뜻한 권유입니다
좀 더 기울여야겠습니다
좀 더 귀 기울여 들어야겠습니다
들녘 끝에서 들녘 끝까지
서른여섯 해씩 서른여섯 번
삼백예순 번씩 삼백예순여섯이라도
등불 높이 들고 걸어갑니다
방방곡곡 울려 퍼지는 그 등불은
높고 푸른 생명입니다
낮이나 밤이나 눈물 가득히
꺼지지 않는, 외로운 기도입니다
* 《들소리신문》제1482호(1977년 4월 3일 창간)/ 2013년5월5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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