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운 송頌
임동확
단지 음력 삼월이면 진달래 피는 북위 사십 도의 고향, 함경남도 함주군 동천면 쌍봉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택한 김포 공원묘지 한구석
결코 그 누구와도 나눠 가질 수 없는 기나긴 슬픔과 고통의 봉분 속에 영원한 난민難民 한하운이 누워있다
아무래도 납득이 안 되는 날벼락 같은 운명을 잠시라도 잊고자 음독飮毒하듯 독주를 마시며 흘리며
젊은 날 북경, 산해관, 몽고사막, 무주, 양자강, 상해, 남경, 소주, 요동, 발해, 대련, 여순 등을 다리지 않고 떠돌던 한 국외자가,
죽어서도 이루지 못할 첫사랑 같은 유월의 뙤약볕 아래 독한 향기의 유도화 분홍빛 울음을 토하고 있다.
그렇게나마 귀향을 꿈꾸는 최후의 안식처마저 점차 좁혀오는 아파트 단지의 따가운 눈총 아래
성한 이들이 활보하는 기억의 저편 더 나아질 기미가 없는 단종斷種의 몸을 이끌고 가도 가도 더위뿐인 전라도 길을 쩔룩이며 걷고 있다
한쪽으로 눈이 몰린 광어 아니면 도다리 같은 얼굴을 한 노회한 이데올로그의 그물망에도 붙잡히지 않고,
언필칭 리얼리즘의 잣대로도, 모더니즘의 계열로도 분류할 수 없어 여전히 한국문학사 밖으로 떠돌고 있는 예외자.
그러나 아무도 기억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인간사人間事, 인환人寰의 거리가 그립고 또 그리운,
그러나 또한 누군가 어디 사느냐고 물어도 대답할 수 없었고, 그러기에 지상에 한 명의 친구도 없었던 이방인이
생전처럼 불가능한 이상을 노래하며 어떻게든 얘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침묵과 고독의 강역疆域을 넓히고 있다
-전문(p. 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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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4-가을(95)호 <신작시> 에서
* 임동확/ 1987년 시집 『매장시편』을 펴내면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살아있는 날들의 비망록』『운주사 가는 길』『부분은 전체보다 크다』등, 산문집『들키고 싶은 비밀』『시는 기도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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