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풀벌레 외 1편/ 윤성관

검지 정숙자 2024. 10. 20. 02:05

 

    풀벌레 외 1편

 

     윤성관

 

 

  풀밭에서

  열쇠 벼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리 깎고 저리 다듬느라

  손끝마다 굳은살이 박였을 것 같은데

 

  맘에 드는 자물통을 열어보려고

  열쇠를 갈고 닦으며

  미로迷路를 헤매던 날이

  내게도 있었다

    -전문(p.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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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낭만적인 질문

 

 

  왈츠를 추듯

  발목부츠를 신고

  벤츠에 오르는 여자를 보았네

 

  문득

  낙엽이 내려앉은 벤치에 앉아

  그 여자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묻고 싶었네

 

  가을하늘은 왜 슬퍼 보일까요?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흘러도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웃어줄 것 같은

  그 여자에게 묻고 싶었네

     -전문(p.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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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다소 낭만적인 질문』에서/ 2024. 10. 8. <문학의전당> 펴냄
 * 윤성관/ 서울 출생, 2020년『애지』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호박꽃이 핀 시간은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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