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외 1편
윤성관
풀밭에서
열쇠 벼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리 깎고 저리 다듬느라
손끝마다 굳은살이 박였을 것 같은데
맘에 드는 자물통을 열어보려고
열쇠를 갈고 닦으며
미로迷路를 헤매던 날이
내게도 있었다
-전문(p.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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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낭만적인 질문
왈츠를 추듯
발목부츠를 신고
벤츠에 오르는 여자를 보았네
문득
낙엽이 내려앉은 벤치에 앉아
그 여자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묻고 싶었네
가을하늘은 왜 슬퍼 보일까요?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흘러도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웃어줄 것 같은
그 여자에게 묻고 싶었네
-전문(p.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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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다소 낭만적인 질문』에서/ 2024. 10. 8. <문학의전당> 펴냄
* 윤성관/ 서울 출생, 2020년『애지』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호박꽃이 핀 시간은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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