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암막/ 윤의섭

검지 정숙자 2024. 10. 6. 02:16

 

    암막

 

    윤의섭

 

 

  네 어둠을 지켜줄게

 

  이런 마음은 눈 내리는 장면을 닮은 것이다

  나는 바닥까지 드리운 결심을 걷어내지 않는다

 

  몇 년을 지나 깬 듯한 아침

  이사 온 지 한참 됐어도 낯선 거리

  버스기시에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식당 주인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나는 나로부터 동떨어져 있다

 

  눈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창가에 앉은 나는 거대한 눈물이었다

 

  네 어둠은 새어나가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저주를 나는 거둬들일 생각이 없다

  내가 막고 있는 건 햇빛 별빛 가로등 빛 무수한 종류의 빛 반대편으로 내몰린

  모든 곳으로부터의 끝에 사는 생물

 

  나는 풀려날 때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

  두려운 것일까

  눈처럼 마침내 사라져 버리는 일은  

     -전문(p. 9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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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24-봄(89호)호 <신작> 에서

  * 윤의섭/ 1994 『문학과 사회』로 등단, 시집『어디서 오는 비인가요』『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