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울창한 사과/ 김미정

검지 정숙자 2024. 8. 16. 01:51

 

    울창한 사과

 

     김미정

 

 

  누군가 위태롭게 햇살을 익히고 있다

 

  사과를 먹는 일은

  사라진 방향을 오래 바라보는 일

 

  붉은 울음이 씹힌다

 

  휘어진 사과의 밤을 만져바요 그날 쏟아지던 빗방울의 고백을 잊지 마세요 멀리 날아간 사과 너머의 열병을, 그리고 잎사귀마다 빛나던 그 번개 같은 순간을

 

  사과는 상처가 모여 완성되는 맛인가

  너무 시거나 씁쓸해지는 사과들

 

  맛볼 수 없는 사과가 늘어난다

  뭉쳐도 자꾸만 흩어지는 날들

 

  풋사과는 풋사과로 늙어가요 덜 익은 표정이 가지마다 만발하죠 바람은 모서리를 베어먹으며 자라고 다음은 언제나 다음이에요 뒤돌아서는 초록을 부를 수 없어요

 

  나의 사과는

  날마다 어두워지고 깊어지고

  사과는 사과에 갇히고 피를 흘리고

 

  우린 주먹을 쥐고 겹겹이 아파한다 

      -전문(p. 17)

 

   * 블로그 : 중국어 번역본은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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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사학 철학』에서/ 2024-여름(77)호 <문학_중국어로 읽는 한국시 51> 에서

  * 김미정/ 서울 출생, 200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하드와 아이스크림』『물고기 신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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