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호곡장/ 휘민

검지 정숙자 2024. 8. 16. 18:08

 

    호곡장

 

     휘민

 

 

  아이와 저녁을 먹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건

  짐승 같은 울음소리뿐

 

  십 분이 넘도록 그치지 않는다

 

  슬리퍼를 끌고 급하게 차를 몰아가지만

  나를 번번이 멈추게 하는 붉은빛의 질문들

 

  언니가 울고 있다

  집을 등진 채 길 위에서

 

  봄과 함께 사라진 한 사람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주변의 소음을 빨아들이고 있다

 

  어떤 저녁의 울음은

  매미 소리보다 뜨겁다

     -전문(p.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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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철학 사학』에서/ 2024-여름(77)호 <여름 특집 6인 시선> 에서

  * 휘민/ 2001년 ⟪경향신문⟫ 시 & 2011년 ⟪한국일보⟫ 동화로 등단, 시집『생일 꽃바구니』『온전히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중력을 달래는 사람』동시집『기린을 만났어』, 동화집『할머니는 축구 선수』, 연구서『한국 키즈콘텐츠의 도전』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