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벚나무에게서 온 편지/ 이교헌

검지 정숙자 2024. 7. 26. 12:16

 

    벚나무에게서 온 편지

 

     이교헌

 

 

  어느 날에 이곳에 왔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는지 몰랐습니다

  밑동이 점점 굵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뿌리는 땅 위에서 서로 얽혀 기어 다니듯 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이겨냈습니다

  때로는 뜨거운 태양이 성가신 적도 있었습니다

  눈 내리는 겨울에는 추위를 이겨내느라 고생이

  심했습니다

  가끔 병약한 이웃들이 사라지는 걸 보았습니다

  노을이 걸린 어느 날 저녁은 근사했습니다

  더욱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아주 좋았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피해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롯이 서 있었습니다

  당신을 부르며 서 있었습니다

  바람으로 흩어지기 전까지

     -전문(p.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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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4-여름(96)호 <신작시> 에서

 * 이교헌/ 2023년 격월간『문학광장』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