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예쁜 여자만 좋아하는 아들아/ 유애선

검지 정숙자 2024. 7. 26. 02:18

 

    예쁜 여자만 좋아하는 아들아

 

     유애선

 

 

  뒷동산엔 못 생긴 여자 아까시나무와 결혼한

  키 크고 잘 생긴 남자 소나무가 산단다

  여자는 우아하지도 않고 가시까지 달린 볼품없는 나무

  오죽하면 단독주택과 소개팅을 하면 번번히 퇴짜를 맞았을까

 

  지나가던 길고양이도 안 쳐다보는 여자와

  수많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에게 둘러싸여 있던 저 남자는 왜 결혼했을까

  깎아 놓은 밤톨처럼 잘생긴 소나무가

  황폐한 땅, 비탈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아까시나무에게 반한 걸까

 

  둘은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뒷동산 신혼집에서 아까시꽃 향기와 송홧가루가 폴폴 날린단다

  그리고 양가 가족들과도 친해서

  직박구리 엄마, 아빠, 까치 장인, 장모

  웃음소리가 끝이 없단다

 

  예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까시나무에게

  어쩌면 저렇게 예쁜 구석이 많을까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의 눈에선

  오늘도 꿀이 뚝뚝 떨어진다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예쁜 여자하고만 결혼하고 싶어 하는 아들아

     -전문(p. 19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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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바다의 메일』<신작시 >에서/ 2024. 6. 5.<미네르바>펴냄  

* 유애선/ 2014년 『시에』로 등단, 시집『백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