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팝나무 아래서/ 맹문재

검지 정숙자 2024. 7. 26. 00:41

 

    이팝나무 아래서

 

     맹문재

 

 

  밀려오는 파도의 저 너머에

  얼굴들이 있구나

  바위처럼 침묵하면서도 눈뜨고 있었구나

 

  힘은 가까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요란한 데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방향에서 오는 것도 아니구나

 

  파도를 밀고 오는 힘은 나의 과거일 것이다

  나의 선택일 것이다

 

  이념이 약하고

  경험이 부족하고

  전망을 못 가져

 

  분노하지 못한 채

  고리高利에 참사당한 시간들

 

  가난한 뿌리가 지상 위로 올라오는구나

  서러운 노래가 여울물처럼 나아가는구나

 

  이팝나무들이 바람을 모아 하늘을 흔들 때마다

  꽃들이 부푼다

 

  밀려오는 꽃들의 저 너머에

  얼굴들이 있구나

      -전문(p. 16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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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4-여름(96)호 <신작시> 에서

 * 맹문재/ 1991년 『문학정신』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사북 골목에서』『기룬 어린 양들』『책이 무거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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