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병아리 유치원/ 박권수

검지 정숙자 2024. 7. 26. 01:32

 

    병아리 유치원

 

     박권수

 

 

  돗자리 속으로 비를 피해 들어간 아이들

  톡톡 소리를 낸다

  또래의 손짓 몸짓에 통통해진 눈동자

  더 가까이 더 은근히

  이런 은밀함 처음이야, 히히

  눈빛마다 여우나 강아지 고양이들이 들어가

  비 온 하루를 덮고

  여기저기 터지는 풍선 사이로

  달아나는 구름

 

  맨 앞에 젖은 아이를 다른 아이가 당기고

  그 아이를 또 다른 아이가 당기고

  아이들 옷깃이 모여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서로의 색깔을 묻힌 웃음소리가

  귓가에 작은 솜털마저 토닥여 주고는

  시간이 시간을 업고 내려와

  젖은 병아리 털어주고

 

  고개만 끄덕이던 하늘

  푸른 나뭇가지에서 툭 떨어진다

  환하게 웃는 병아리

  순심주간요양원에 노랑꽃이 핀다

    -전문(p. 17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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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4-여름(96)호 <신작시> 에서

 * 박권수/ 2010년 『시현실』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 『엉겅퀴마을』『적당하다는 말 그만큼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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