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유치원
박권수
돗자리 속으로 비를 피해 들어간 아이들
톡톡 소리를 낸다
또래의 손짓 몸짓에 통통해진 눈동자
더 가까이 더 은근히
이런 은밀함 처음이야, 히히
눈빛마다 여우나 강아지 고양이들이 들어가
비 온 하루를 덮고
여기저기 터지는 풍선 사이로
달아나는 구름
맨 앞에 젖은 아이를 다른 아이가 당기고
그 아이를 또 다른 아이가 당기고
아이들 옷깃이 모여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서로의 색깔을 묻힌 웃음소리가
귓가에 작은 솜털마저 토닥여 주고는
시간이 시간을 업고 내려와
젖은 병아리 털어주고
고개만 끄덕이던 하늘
푸른 나뭇가지에서 툭 떨어진다
환하게 웃는 병아리
순심주간요양원에 노랑꽃이 핀다
-전문(p. 17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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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24-여름(96)호 <신작시> 에서
* 박권수/ 2010년 『시현실』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 『엉겅퀴마을』『적당하다는 말 그만큼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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