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함태숙
이 거대한 짐승을 끄고 돌멩이 하나에 눈동자를 묻는 것을 보았다
영원에 필적하는 것들이 하나의 우연과 하나의 개별성에 의탁해 오는 밤을
별과 돌의 공명
내포하기 위하여 분열한 것들
지금 오는 것은 돌아오는 것이다
자기를 애도하기 위하여
빛은
작은 돌처럼 꾸르륵 꾸르륵 소리를 내며
지워진 멧비둘기 식도 안에서 피어난다
아난다여, 이제 나의 입은 어느 곳에 묻을 것인가
불타는 심장으로부터 분리된 첫 번째
환각을
사라지는 얼굴에 드리우고 드리우고
-전문(p.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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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23-여름(92)호 <신작시> 에서
* 함태숙/ 200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새들은 창천에서 죽다』『그대는 한 사람의 인류』『토성에서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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