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치열한 바다/ 김충래

검지 정숙자 2024. 7. 21. 11:43

 

    치열한 바다

 

    김충래

 

 

  소리치며 파도는 달린다

  닿았다 사라지는 거품 같은 내일

  너를 붙잡기 위해 저 멀리에서

  멍든 몸을 넘고 넘어 처절히 사무친다

  고비마다 부서지고 깨지면서

  다가서면 돌아보지 않고 늘 그만큼의 거리로 도망치는

  끝나지 않는 전쟁

  술래 같은 널 잡으려 달려들면

  모래 속으로 모레로 가고

  글피로 사라진다

  가까이 있지만 결코 오지 않는 너

  어제를 부정하며 오늘도 미친 듯 뛰지만

  끝은 늘 허무에 찬 미지수

 

  오기로 약속했지만

  오지 않을 두터운 내일이라 해도

  포기는 없다 파멸될지언정*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놓아 주는 것이고

  지나가는 것이며

  잊어버리기 위함이라고

  애써 넘실대며 내일을 향해

  오늘도 쉼 없이 짠 눈물에 

  쓸 말을 찾아 흐느낀다

     -전문(p. 52)

 

  *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차용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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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바다의 메일』<회원테마시 >에서/ 2024. 6. 5.<미네르바>펴냄  

* 김충래/ 2022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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