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폭설/ 이건청

검지 정숙자 2024. 7. 14. 02:08

 

    폭설

 

    이건청

 

 

  말들이

  떼 지어 달려오더라

  진부령 넘어

  미시령 넘어, 말들이

  달려와

  쓰러지더라

  무릎을 꿇더라

  엎어지더라

  겨울 바다는 오라고

  오라고, 오라고

  손짓하는데

  마루턱에서 마루턱으로 허위허위 달려온

  추운 날들이

  폭설 되어

  흩날리는데

  일망무제, 수평선 뜬 곳까지 달려온 내 말들이

  흔들리는 손짓들 쪽으로 달려와

  퍽, 퍽, 엎어지며 흩날려 내리는

  겨울 화진포

    -전문(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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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초대시> 에서/ 2024. 6. 5. <미네르바> 펴냄  

* 이건청/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실라캔스를 찾아서』『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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