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바람같이 사라지다/ 황상순

검지 정숙자 2024. 7. 9. 00:16

 

    바람같이 사라지다

 

     황상순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풀숲 고인돌 밑에 들어 몸을 숨기고

  가만히 문을 닫는다

  이곳은 오래전에 숨겨놓은 비밀의 방

  햇빛에 바래고 월광에 물들 때까지*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리라

     -전문(p. 39)

 

  * 褪於日光則爲歷史(퇴어일광칙위역사)

    일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染於月色則爲神化(염어월색칙위신화)

    월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출전: 이병주 대하소설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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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터 동인 제6집 『시 터』 2021. 10. 22.  <한국문연> 펴냄

  * 황상순1999『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어름치 사랑』『사과벌레의 여행』『농담』『오래된 약속』『비둘기 경제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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