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독해/ 한선자

검지 정숙자 2024. 7. 16. 02:15

 

    독해

 

    한선자

 

 

  독을 품은 연기였다

 

  마주 잡았던 손바닥에 금이 갔다

 

  터널 속에서 비로소

  오래 믿었던 마음이 연기라는 걸 알았다

 

  바다로 갔다

  온몸에 달라붙은 독을 씻어내고 싶었다

 

  수평선 너머 누군가 버린 것들이 타오르고 있었다

 

  독해가 불가능한 슬픔, 고집 센 주어, 토막 난 12월까지

  바다에 던졌다

 

  타다 만 붉은 잔해들 둥둥 떠 있었다

 

  바다가 자꾸 손바닥을 닸았다

 

  물음표를 물고 다니던 갈매기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물음에 독해지기로 했다

     -전문(p. 28-29)

  ---------------

*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초대시> 에서/ 2024. 6. 5. <미네르바> 펴냄  

* 한선자/ 2003년 시집『내 작은 섬까지 그가 왔다』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울어라 실컷 울어라』『불발된 연애들』『죽은 새를 기억하는 오후』

'사화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의 착시(錯視)/ 윤명규  (0) 2024.07.18
장군섬 근처/ 문화빈  (0) 2024.07.17
전어를 굽는 저녁/ 김지헌  (0) 2024.07.15
폭설/ 이건청  (0) 2024.07.14
붉은빛 서대/ 김왕노  (0) 202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