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
한선자
독을 품은 연기였다
마주 잡았던 손바닥에 금이 갔다
터널 속에서 비로소
오래 믿었던 마음이 연기라는 걸 알았다
바다로 갔다
온몸에 달라붙은 독을 씻어내고 싶었다
수평선 너머 누군가 버린 것들이 타오르고 있었다
독해가 불가능한 슬픔, 고집 센 주어, 토막 난 12월까지
바다에 던졌다
타다 만 붉은 잔해들 둥둥 떠 있었다
바다가 자꾸 손바닥을 닸았다
물음표를 물고 다니던 갈매기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물음에 독해지기로 했다
-전문(p. 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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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초대시> 에서/ 2024. 6. 5. <미네르바> 펴냄
* 한선자/ 2003년 시집『내 작은 섬까지 그가 왔다』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울어라 실컷 울어라』『불발된 연애들』『죽은 새를 기억하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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