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빛 서대
김왕노
바닥을 박차고 나왔다 장대 끝에서
노을로 꾸덕꾸덕 말라 맛 들어가며
몸은 붉게 물들어 간다.
바닥에 착 달라붙은 밑바닥 생활이었으나
온몸으로 꼬리에 꼬리를 치며
바닥을 차고 오른 것은 일생일대의 혁명
하나 그물을 피할 수 없는 서대였으므로
밑바닥을 쳤기에 아득한 장대 끝에 이르러
온몸에 소금꽃 피도록 바다를 바라본다.
입맛 잃은 세상에 짭쪼름한 서대찜으로
밥상에 놓인다 한들 한 번 바닥을 치므로
지고지순한 허공에 이르렀기에 후회 없다고
탕탕 큰소리치며 양상군자처럼 허공을
독차지하고 붉게 물들어가는 서대 한 마리
-전문(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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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초대시>에서/ 2024. 6. 5. <미네르바> 펴냄
* 김왕노/ 1992년《매일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시와편견』으로 평론 부문 등단, 시집『백석과 보낸 며칠간』등 2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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