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툭, 운다
박희연
우리는 봄마다 목련을 센다.
우리는 우리였지만
저마다 혼자 그 꽃을 센다.
수를 세는 일은 늘 지루해
숫자가 지루할 때쯤
지루한 목련이 떨어진다.
목련이 지나간 골목 철쭉이 피고
철쭉이 지나간 골목 장미가 피고
장미가 지루할 무렵 장마가 온다.
그 골목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애인은
두 번째 괄호를 열고 시름에 잠긴다.
세상에 해명해야 할 일들은
애써 찾지 않아도 꽃처럼 피고 지는데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괄호를 친다.
다시 우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저마다 혼자 누워 그 소리에 젖는다.
숨죽이고 기다리던 누군가
툭, 운다.
한 걸음 경계 너머 저 바다
한 생 버려져 녹이 슨 저 괄호
장마가 지나간 골목 풀벌레들 울고
풀벌레 죽어간 골목
사람들은 여전히 숨죽이고 운다.
돌아오지 않는 강 앞을 서성이듯
애인은 아직 괄호를 닫지 못한다.
-전문(p.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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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4-여름(102)호 <젊은 시인 7인선> 에서
* 박희연/ 2021년 『상상인』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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