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천수답/ 윤경재

검지 정숙자 2024. 7. 3. 00:41

 

    천수답

 

    윤경재

 

 

  카메라를 메고 다닐 때

  나는 천수답이 되는 거였다

  햇살이 소나기로 쏟아져 내려도

  나의 얄팍한 감광지는

  찰나 한 조각만을 겨우 건질 뿐

  그와 나 사이의 프레이밍

  아무리 절묘하게 구도를 이리저리 잡아도

  없는 것을 찍을 재주는 없다

  나는 천수답, 주는 것만 받아먹을 뿐

  인공강우는 실험실에서만 가능한 일

  돌아와 초록빛 여행을 정리하면서

  그때의 향기와 마음이 못내 아쉬워

  또다시 떠남을 떠올린다

  빛의 진심은 다 보여주는 데 있지 않고

  한 꺼풀 감추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전문(p.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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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터 동인 제6집 『시 터』 2021. 10. 22.  <한국문연> 펴냄

 * 윤경재/ 2007『만다라 문학』 & 2008년『문예사조』로 등단. 2018년 2월~현재 ⟪중앙일보⟫ '나도 시인' 시와 해설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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