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겹과 결 사이
노혜봉
ㅁ이라는 방, 마음가면*의 모서리 각이 있는,
저 깊은 곳 ㅇ방은 또 어디에 갇혀 있나
불안한, 초조한, 두려운, 가끔은 오만한 ㅁ,
섣부른 이 지병은 날마다 널 보며 자꾸 보챈다
한참 모자라다 스스로 뾰족한 각을 키운다
부추를 다듬으며 매운 파를 다지며 넌, 무기력해
걸레를 빨며, 잡지는, 신문은 안 보아도 괜찮아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말자 야단치지 말자
지난달부터 넌, 암, 쬐끔 아팠지, 고까짓 것 괜찮아
불안해하지도 말자 미련을 삭이지도 말고
죽을 만큼 기침이 심한 건, 평생 두려워해서 못한 말
무서운 부끄러움이 게으른 구석 점, 점으로 닫혔다
ㅁ ㅁ ㅁ 널 미워했던 싫어했던 거울 뒷면의
한 끗 욕심, 지루한 편견으로 쌓인 벽, 우울한
오만함이 짙은 잿빛으로 뒤틀린다 둥글게 맥없이,
방시레 웃음으로 생그레 음악으로 가비얍게 춤으로
가뭇없이 사라진다 저, 비웃음, 눈웃음, 헛울음,
딴청 짓, 허망한 가면의 겹겹 끝자락을 떠나서
애틋한, 안타까운, 외로운, 애착, 애끈한 저, ㅇ
허전한 울림이 눈결에 꿈결에 귓결에 남실대는
ㅇ ㅇ ㅇ 오롯이, 나만을, 올연히, 온 맘을 드러내
말 속에 묶은 맘 그 끈이 나달나달해질 때까지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툭, 투두둑 끊어질 때까지
느슨하게 맞선다 진짜배기 그림자 나를 보듬는다.
-전문(p. 58-59)
* 마음가면 브레네 브라운 심리 전문가가 연구해 발표한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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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터 동인 제6집 『시 터』 2021. 10. 22. <한국문연> 펴냄
* 노혜봉/ 1990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산화가』『쇠귀, 저 깊은 골짝』『봄빛절벽』『좋을 好』『見者, 첫눈에 반해서』, 시선집『소리가 잠든 꽃물』, 사화집『90년대 동인』『시의 나라』『시터』동인지 20여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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