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디 엔 에이(DNA)/신원철

검지 정숙자 2024. 7. 2. 00:27

   

    DNA

 

    신원철

 

 

  고기를 구워 이빨로 뜯어먹다가

  혀와 손가락으로 뼈 속살까지 빼먹다가

  동굴의 선조들,

  호호 불며 나무꼬쟁이로 후벼내다가

 

  그게 자꾸 진화해서 두 개의 젓가락

  특히 매끈한 쇠젓가락

 

  그 젓가락질 참 예술이지

  엄지와 검지 사이에 그냥 놓인 것 같지만

  손가락보다 오히려

  능숙하게 잔치국수는 한입에 빨아들이고

  라면 가락도 둘둘 말아서 건져 먹다가

  미끈대는 도토리묵마저

 

  그게 때때로 막걸리 술상 두드리며 박자마저 기막히게 맞추더니

  근자에는 춤과 음악으로 세계를 붕붕 띄우고

 

  쌀알의 몇 분지 일 반도체 칩까지 정확히 집어

  딱딱 꽂아 넣는데

  어떤 나라도 당할 재주가 없다는군

 

  한국의 아기들은 엄마 배 속에서 젓가락 리듬을 타고

  손가락 운동부터 시작한다니

      -전문(p. 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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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터 동인 제6집 『시 터』 2021. 10. 22.  <한국문연> 펴냄

  * 신원철/ 2003『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나무의 손끝』『노천탁자의 기억』『닥터 존슨』『동양하숙』, 그 외 저서

『20세기 영미시인 순례』『현대미국시인 7인의 시』『역동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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