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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
고기를 구워 이빨로 뜯어먹다가
혀와 손가락으로 뼈 속살까지 빼먹다가
동굴의 선조들,
호호 불며 나무꼬쟁이로 후벼내다가
그게 자꾸 진화해서 두 개의 젓가락
특히 매끈한 쇠젓가락
그 젓가락질 참 예술이지
엄지와 검지 사이에 그냥 놓인 것 같지만
손가락보다 오히려
능숙하게 잔치국수는 한입에 빨아들이고
라면 가락도 둘둘 말아서 건져 먹다가
미끈대는 도토리묵마저
그게 때때로 막걸리 술상 두드리며 박자마저 기막히게 맞추더니
근자에는 춤과 음악으로 세계를 붕붕 띄우고
쌀알의 몇 분지 일 반도체 칩까지 정확히 집어
딱딱 꽂아 넣는데
어떤 나라도 당할 재주가 없다는군
한국의 아기들은 엄마 배 속에서 젓가락 리듬을 타고
손가락 운동부터 시작한다니
-전문(p. 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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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터 동인 제6집 『시 터』 2021. 10. 22. <한국문연> 펴냄
* 신원철/ 2003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나무의 손끝』『노천탁자의 기억』『닥터 존슨』『동양하숙』, 그 외 저서
『20세기 영미시인 순례』『현대미국시인 7인의 시』『역동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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