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비의 여행
이명
그물에 들었어
여행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
태어난다는 것이 기적이고 삶이 신화일 테지만
모래 속을 파고드는 일상이 지겹다 느껴질 무렵
가볍게 날아올랐어
트랩이라 생각하며 어디까지 날아갈지 모르지만
비상의 시간이야
신은 있다고 믿으니까
그 물속으로 행운이 찾아온 거지
직성이 풀렸다고나 할까
언젠가 신선들 그림에서 봐둔 남극노인성을 찾아갈 거야
머리 꼭대기가 위로 솟은 노인 말이야
그렇다고 장수할 생각은 없어
행운이 있을 거야
신앙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니까
길을 찾아 떠나는 거지
그물 밖으로
-전문(p.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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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터 동인 제6집 『시 터』 2021. 10. 22. <한국문연> 펴냄
* 이명/ 2010년『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분천동 본가입납』『앵무새 학당』
『벌레문법』『벽암과 놀다』『텃골에 와서』『기사문을 아시는지』, e-book『초병에게』, 시선집『박호순 미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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