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조은설_시시다반사(詩詩茶飯事)를 노래하다(전문)/ 다반사 : 서상만

검지 정숙자 2024. 7. 2. 02:35

 

     다반사

          1 考

 

     서상만

 

 

  새벽 눈 뜨자마자 밤새 저질러놓은 詩抄를 다시 훑어보는 일, 뭐 推敲란 말 너무 거창하고 우선 시의 詩的 동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시어는 새로운지 너무 관념적 시어는 없는지 너무 단출해서 반편인지 어조는 낡지 않았는지 횡설수설 장광설로 길어빠진 시가 아닌지 산문시에도 운율은 살려야 등등을 살피고 아, 이거 영 아니다 싶으면 즉시 날려버리고, 그래도 좀 가져갈 구석이 있으면 고이 숙성시킨 후 다시 꺼내본다 이 나이토록 이렇게 시시 다반사다 

   -전문-

 

  ▣ 시시다반사詩詩多飯事를 노래하다(전문)_ 조은설/ 시인

  '글은 곧 그 사람'이라고 한다. 

  일면식이 없어도, 글 속에 오롯이 담긴 생각과 사상만으로도 그의 사람됨을 추론해 낼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리라. 

  서상만 시인의 열다섯 번째 시집 『생존연습生存練習』을 구입하고 밤늦게까지 시를 읽었다. 그의 시 속엔 한평생 삶을 추실하게 경작해 온 성실함과 따뜻함이 담뿍 서려 있었다. 또한, 여리고 작은 것들에 대한 애정과 애틋함도 각별하게 느껴졌다.

  특히 사랑하는 아내와의 이별과 가슴 저린 그리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처연함이었다. 시인은 아마 긴긴밤의 고독을 허물어내기 위해 더욱 시에 몰두했을 것이다. 그의 시, 「다반사茶飯事」 편은 시야말로 남은 삶을 견인해 줄 유일한 가치라는 확신과 함께 시를 향해 더욱 몰입하는 시인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시를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시는 무엇으로 다가오는 것인가? 이 과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 한 편을 쪼아내고 다듬고 갈아내는 일은 석공이 돌 한 덩어리를 쪼아 하나의 예술품을 만들어 내는 간절함의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밤새 써 내려간 시를 아침에 꺼내보면 참 미진하기 짝이 없다. 시적 능력이 작동되고 있는지, 새로운지, 혹 관념의 늪에 빠진 시구는 없는지, 어조가 낡아 버린 것은 없는지, 전편에 운율이 흐르는지 살피며 절차탁마하는 과정은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시집 한 권을 받아들었을 때 절대로 무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이라도 마음 자세를 기울여 그가 이루어 놓은 예술품에 대해 격려와 위로와 칭찬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상만 시인은 15권이나 되는 시집을 상재한 분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시를 대하는 자세는 참으로 겸허하고 열정적이다. 이 또한 모든 시인이 본받아야 할 큰 덕목이라 생각된다. 시시다반사詩詩多飯事의 삶을 가치 있게 꾸려가는 시인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p. 시 268/ 론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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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3-겨울(94)호 <시집 속의 시 읽기> 에서

  * 서상만/ 1982년 『한국문학』으로 등단, 시집 『시간의 사금파리』『그림자를 태우다』『모래알로 울다』『적소』『백동나비』『분월포芬月浦『노을 밥상』『사춘思春』『늦귀』『빗방울의 노래』『월계동 풀』『그런 날 있었으면』『저문 하늘 열기』『포물선』등, 시선집『푸념의 詩』, 동시집『너 정말 까불래?』꼬마 파도의 외출』『할아버지 자꾸자꾸 져줄게요』 등

  * 조은설(본명 임생)/ 1995년 『창조문학』 신인상, 1995년《한국일보》여성생활 수기 당선, 2000년『월간문학』 동화 당선, 2012년『미네르바』 등단, 시집『소리들이 사는 마을』『아직도 나는 흔들린다』『사랑한다는 말은』『거울 뉴런』『천 개의 비번을 풀다』등, 장편동화 『휘파람 부는 감나무』『밤에 크는 나무들』『토끼소년 베니의 지구별 여행』『소곤소곤 숲 이야기』외 다수, 중편동화『솔뫼봉의 사슴계곡』『물차 운전수』『하늘개가 달을 삼킨 날』『파란 구슬의 비밀』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