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마톨라이트
이건청
인천시 서청도 부남 서편 해안
25억 년 전 지층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화석이 있다.
박테리아, 스트로마톨라이트
원시 생명으로 변이되어가던 때의
섬유질 남조류藍藻類로
물속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하는데
천둥, 번개 몇 억 전압 방전 에너지 속에서
생명유전자를 처음으로 복제하기도 했다는데,
이 화석의 채집자는
군집한 박테리아가 분비한 점액질이
바위에 흔적을 남긴 것이라 적고 있다.*
세균과 섬유식물 중간쯤의 저 것
바위에 거뭇거뭇 번져 있는 저 것
25억 년, 원생대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뿜어낸 분비물이 굳은 화석
물질 속에서
생명의 시작을 풀어내는
그리운 점액질,
남조류가 남조류를 껴안은 채
거뭇거뭇 화석으로 굳은
스트로마톨라이트
-전문,『실라캔스를 찾아서』 (북치는마을, 2021)
* 김정률, 한국지질도감, PP.16-19.
▶ 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며 시를 우러르는 집/ 이건청 시인의 '모가헌' (부분)_김밝은/ 시인
모가헌, 독특한 이름을 가진 집에 대해 먼저 여쭙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께서 태어나신 곳이 경기도 이천군 모가면 신갈리여서 혹 고향의 이름에서 따오신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모가헌의 뜻은 기쁜 것을 우러르는 집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고향인 모가면의 한자와 다르다고 하셨다. 한학을 하신 김양동 선생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한다.
근래에는 '19개 섬과 암초들을 부르는 시'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준비 중이신데, 시 제목이 마치 암호화된 것 같아서 여쭸더니 19라는 숫자는 갈라파고스에 있는 섬의 숫자이고, 그 섬들의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화석에 관해 시집으로 묶어보고자 한다셨다. 우리나라에도 대청도나 소청도에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존재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에 관한 서적을 구입해 공부도 하면서 시를 쓰신다는 말씀을 듣고 나니 좀 더 쉽고 편하게 시를 만나고 싶던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스트로마톨라이트에 관해 알아보고자 쓰신 시를 한 편 찾아 보았다. (※ 위의 시「스트로마톨라이트」)
모가헌을 나서며, "형상(image)은 침묵하고, 침묵하면서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형상 속에는 침묵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그 침묵 곁에는 말이 있다"라고 한 막스 피카르트의 말*이 문득 떠오르는 건 왜일까? 언제나 책을 가까이하면서 '침묵하면서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는 저 무한한 우주의 신비를 시로 옮겨보려고 시간 가는 줄 모를 시인의 모습이 자꾸만 따라오는 듯했다. (p. 시 25/ 론 23 · 24-25 · 27)
* 막스 피카르트 著/ 최승자 옮김 『침묵의 세계』(까치글방,1985.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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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3-겨울(94)호 <시인의 집/ 이건청 편> 에서
* 이건청/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실라캔스를 찾아서』『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등
* 김밝은/ 2013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술의 미학』『자작나무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 <미루> 동인, <빈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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