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 처지
황상순
알록달록 아름다운 물고기
비단잉어 코이는 수족관 모양에 따라
그 크기까지 달라진다고 하는데
작고 보잘것없는 어항에 담겨
가난하게 변한 코이야
너는 어쩌다 내게 코를 꿰이고 말았니
고대광실 삐까뻔쩍한 집에서
금빛 은빛 지느러미 휘저으며
얼마나 반듯하고 화려하게 크고 싶었겠니
깊은 강에 그냥 두었어야 했다
미안하다, 내 시詩야
-전문(p.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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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터 동인 제6집 『시 터』 2021. 10. 22. <한국문연> 펴냄
* 황상순/ 1999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어름치 사랑』『사과벌레의 여행』『농담』『오래된 약속』『비둘기 경제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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