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너라는 귀신고래/ 한이나

검지 정숙자 2024. 6. 26. 00:35

 

    너라는 귀신고래

 

     한이나

 

 

  고래를 찾아 무작정 떠난 적 있다

 

  정말 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 멀리 가까이

  파도를 뒤적이는 눈길들이 매섭다

 

  하늘과 바다의 파란빛에 들어 있는 저 흰빛

  순결과 공포의 색

  모든 색의 시작이며 끝인 색

  죄없이 바다에 수장된 영혼의 그림자

 

  내가 꿰뚫어 보아야 할 것은 파도의 벽이다

 

  포경선을 타고 망망대해, 내가 찾아

  나선 것은 귀신고래

  물 위로 딱 한 번 솟아올랐다가 감쪽같이 사라진

  너라는 붙잡히지 않는 미래다

  포경선에 포획된 것은 빈 투망에 걸린

  은빛 물살 한 조각.

 

  아득한 손님 같은 너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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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터 동인 제6집 『시 터』 2021. 10. 22.  <한국문연> 펴냄

  * 한이나/ 1994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가끔은 조율이 필요하다』『귀여리 시집』『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첩첩단풍 속』『유리 자화상』『플로리안 카페에서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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