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비보이/ 김유섭

검지 정숙자 2024. 6. 15. 00:58

 

    비보이

 

    김유섭

 

 

  컵밥이 좋아,

  자판기가 던져주는 하루가

  가볍게 음미하는 삶에 오우, 소리 질러

 

  버튼을 누르면 위이잉 쏟아져 나오는

  바코드 찍혀 있는 하늘 바다 들판

  뜨거운 물 부어서 2분 30초 기다렸다가 먹는

 

  어디까지 날아오를까.

  동전 하나로 되살아나는 웃음이 싫어

  날개는 잘린 것인지, 삭제되었나?

 

  대낮에도 즉석 별들이

  은하수 유성으로 떠다니는

  두 평 반 옥탑방에서 퍼덕거리다가

 

  뒹굴뒹굴 반지하에서 질척거려보다가

  뻥 내쫓겨, 시멘트 바닥을 굴러

  비보이 춤을 춘다.

     -전문(p. 40-41)

 

  시인의 말> 전문: 8년 동안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50편을 건져 올려 책으로 묶는다.// 세상은 겹겹의 빙벽에 막힌 겨울이다./ 겨울 아니었던 적 있나.// 강철 기둥 내리꽂아 숲으로 세운 거리다./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감싸 안는 시절이 오기 바란다.//    깊은 밤, 어느 들판을 혼자 거닐고 있을/ 별의 눈을 생각하며// 2024년 늦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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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비보이』에서/ 2024. 6. 5. <포지션> 펴냄

* 김유섭/ 2011년『서정시학』 시 부문 신인상 & 2014년 『수필미학』 평론 부문 신인상 수상, 시집『찬란한 봄날』『지구의 살점이 보이는 거리』, 평론서『이상 오감도 해석『한국 현대시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