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돌
김참
토요일 아침, 강변 돌밭에서 돌 하나 들고 보다가 내려놓는다. 다시 하나 들었다가 내려놓는다. 강변엔 돌이 많다. 하얀 선 들어간 돌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구멍 숭숭 뚫린 돌도 들었다 내려놓는다. 흰 물새 한 마리 고요히 떠 있는 푸른 강과 돌 찾는 내가 돌아다니는 뜨거운 강변 돌밭. 서로 다른 세계 같다. 강변에 돌이 많지만 내가 찾는 돌은 보이지 않는다. 9월의 태양은 여전히 뜨거워서 돌밭도 아직 뜨겁다.
섬을 한 바퀴 돌았는데 돌밭이 보이지 않는다. 섬을 빠져나오는데 절벽 아래 보이는 돌밭. 물놀이하는 아이들과 낚시꾼 두엇 보이지만 내려가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잡목을 헤치며 비탈을 따라 조심조심 내려가니 마침내 나타나는 넓은 돌밭. 크고 작은 돌들을 살피며 천천히 걸어본다. 해변엔 둥글둥글한 돌이 많다. 내가 찾는 돌은 보이지 않지만, 둥근 돌들을 쓸고 가는 파도 소리가 참 좋은 일요일 아침 돌밭.
-전문,『현대시』 2023-10월호
▶쌓이(지 않)는 반복들(발췌)_송현지/ 문학평론가
김참의 「내 마음의 돌」은 우리가 행위를 거듭할 때 기대하는 이상적인 결말을 담고 있다. 화자는 강변의 돌밭과 해변을 돌아다니며 어떤 돌을 찾는다. 원하는 돌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면 뜨거운 돌밭 위를 걷는 일도,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흰 물새 한 마리 고요히 떠 있는 푸른 강"과 같은 풍광을 감상하는 일도 포기할 만큼 그는 간절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그가 찾는 돌은 보이지 않는다. 돌을 들어 올려 확인했다가 내려놓는 행위를 정확히 네 번 반복하여 서술한 그는 자신이 구하는 돌이 보이지 않거나 돌밭마저 찾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음을 다시 네 번 적는다. "내가 찾는 돌"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네 번의 반복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그의 행위가 실패했음을 분명히 나타내는 것이지만, 화자가 강조하여 말하는 것은 그가 이 반복을 통해 다른 것을 얻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해변가에는 "둥글둥글한 들"들이 많다는 것과 그런 돌들을 쓸고 가는 파도 소리를 자신이 좋아한다는 사실에 대한 새로운 발견. 보이지 않는 것을 찾으려 거듭 애쓰는 과정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시간으로 탈바꿈했음을 김참은 즐거운 마음으로 쓴다. (p. 시 214/ 론 22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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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3-11월(407)호 <현대시작품상 추천작을 읽고> 에서
* 김참/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 송현지/ 202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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