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사를 고르다
송연숙
사람은 사람이 접속사다
설명할 수 없는 존재들
나무들은 초록을 근거로 설명하고
물은 물소리를 저 아래로
내려 보내는 것으로 설명한다
사람은 긴 시간 동안 사람을 이어왔다
풀로 붙인 편지 봉투처럼
한 번 쓰인 접속사는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나뭇잎처럼 피어나고
물소리처럼 흘러가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긴 설명의 끝에는
언제나 수긍하는 말들이 아름다웠고
짧은 설명에는 명쾌한 말들이
다음, 그 다음을 이어갔다
그러나, 반전의 문장은 늘 호흡을 가쁘게 만든다
무릎을 치는 감탄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뒤통수를 치는 절망의 표정들이 들어있기도 하다
한 권의 책에는 무수한
접속사들로 페이지가 묶이고
일생을 설명하는 사용설명서같이
첨부된 인간관계들이 있다
읽다가 덮어버리는 책처럼
여러 번 읽어도 잘 모르겠는 사람
접속사를 넣거나 빼도 잘 연결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땐, 고열과 구토를 동반하는 문장을 삭제해 본다
그러니까
명사와 동사로 이루어진 시처럼
담백한 인간관계를 꿈꾸는 것이다
-전문-
▶글은 곧 그 사람이다(발췌)_이영춘/ 시인
송연숙 시인의 학교 생활은 항상 모범적이다. 직원 관리는 물론 지역민과 학부모와의 관계 개선, 학사업무, 그리고 학생들의 학력 향상과 인성교육을 주요 목표로 실천하는 모범 교직자다. 그가 부임하는 학교마다 학생들을 위해 첫 번째로 하는 일은 시를 통한 정서순화교육이다. 전교생 시화전을 개최하고, 화장실마다 좋은 시를 게시하고, 또 교실 복도와 운동장 울타리에 브로마이드로 제작된 시화 작품을 게시하여 아무 때나, 어디서나 시를 접할 수 있게 한다. 어떤 학생은 마음에 드는 시를 필사하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시 앞에 오래도록 머물러 서서 읽고 있는 학생을 보면 그렇게 기특하고 흐뭇할 수가 없단다. 21세기 교육목표인 창의 융합인재 육성에 딱 맞는 학문이 시라고 그는 말한다. 시는 상상의 예술이고 융합의 예술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작년 2022년 9월에는 교장으로 승진하여 지금 현재 재긱하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 서화중학교에서 시를 통한 학생들의 정서교육은 계속되고 있다. 운동장 울타리에 시화를 게시하여 동네 사람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신기한 듯 읽는단다. 그리고 송연숙 시인은 늘 자랑을 한다. 아이들 그 자체가 '시'라고! 너무나 순수하고 맑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 마음속에서는 오로지 하늘과 구름과 산과 들꽃들과 냇물 솔와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 자연의 숨소리와 아이들 숲속에서 자신의 시도 탄생된다고 비의를 전하기도 한다. (p. 시 117-119/ 론 121-122)
-------------------------------
* 『현대시』 2023-11월(407)호 <커버스토리_송연숙/ 글_이영춘> 에서
* 송연숙/ 2016년 『시와표현』 신인상 수상 & 201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측백나무 울타리』『사람들은 해변에 와서 발자국을 남기고 간다』『봄의 건축가』
* 이영춘/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시시포스의 돌』『시간의 옆구리』『봉평 장날』『노자의 무덤을 가다』『따뜻한 편지』『오늘은 같은 길을 세 번 건넜다』『그 뼈가 아파서 울었다』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현지_쌓이(지 않)는 반복들(발췌)/ 내 마음의 돌 : 김참 (0) | 2024.06.12 |
---|---|
고봉준_상실의 시, 그리움의 언어(발췌)/ 봄의 건축가 : 송연숙 (0) | 2024.06.12 |
김익균_시작하는 시인들을 위하여(발췌)/ 최후 : 나지환 (0) | 2024.06.12 |
푸코와 열애 중/ 한소운 (0) | 2024.06.05 |
내 안의 개를 죽이는 법/ 최형심 (0) | 2024.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