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대림역/ 김윤

검지 정숙자 2024. 6. 1. 14:55

 

    대림역

 

    김윤

 

  콸콸 흘러가는

  버드나무 개울 옆에 살았지요

  연길서는

  내가 조선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중국 사람인 걸 알았어요

 

  가정집에서 애를 봅니다

  아이는 나하고는 연변 사투리를 써요

  저녁에 제 엄마가 오면

  서울말을 쓰지요

  내 아들은

  지린성에 두고 왔어요

  아들은 내년에 서울 올 거요

  고향이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힘들고 서러우면

  대림역에 가요

  골목 들어서면

  양꼬치 굽는 냄새가 나요

  쇠갈고리마다

  말린 양고기가 걸려 있어요

  중국 꽈배기를 파는 춘희 씨 노점을 지나

 

  해란강 돌솥밥 지나서 골목 끝에 

  먼저 온 사촌이 지하 방을 얻었어요

  주말에 고향 음식 해 먹고

  밀린 잠을 잡니다

  부르하통하 강가에

  넋을 잃고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찾아서 돌아오지요

 

  여기

  뼈를 묻지는 않을 거요

    -전문(9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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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시 1> 에서

 * 김윤/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지붕 위를 걷다』『전혀 다른 아침』『기억은 시리고 더듬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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