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역
김윤
콸콸 흘러가는
버드나무 개울 옆에 살았지요
연길서는
내가 조선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중국 사람인 걸 알았어요
가정집에서 애를 봅니다
아이는 나하고는 연변 사투리를 써요
저녁에 제 엄마가 오면
서울말을 쓰지요
내 아들은
지린성에 두고 왔어요
아들은 내년에 서울 올 거요
고향이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힘들고 서러우면
대림역에 가요
골목 들어서면
양꼬치 굽는 냄새가 나요
쇠갈고리마다
말린 양고기가 걸려 있어요
중국 꽈배기를 파는 춘희 씨 노점을 지나
해란강 돌솥밥 지나서 골목 끝에
먼저 온 사촌이 지하 방을 얻었어요
주말에 고향 음식 해 먹고
밀린 잠을 잡니다
부르하통하 강가에
넋을 잃고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찾아서 돌아오지요
여기
뼈를 묻지는 않을 거요
-전문(9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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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시 1> 에서
* 김윤/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지붕 위를 걷다』『전혀 다른 아침』『기억은 시리고 더듬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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