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어느 노인
김홍섭
네팔 카드만두 선허리에서
덜컹거리는 산길에
자동차 먼지
안개같이 달리는데
한 시골 농가에
먼 곳을 바라보며
누굴 기다리나
허옇게 머리 이고 있는
네팔의 늙은 노인의
푸른 눈
-전문-
해설> 한 문장: 세계를 기행하면서도 시인의 시선은 명소이거나 눈에 드는 풍경이 아니라 힘 없고 남루한 것들에 대해 오래도록 머문다. 덜컹거리는 산길이나 비포장도로겠다. 먼지가 부옇게 일고 있으니 그 자체로도 부담스러운데 한적한 시골 농가에서 늙은 노인을 본다. 먼 곳을 응시하는 허연 머리카락의 늙은 노인. 시인의 마지막 시선은 그 노인의 "푸른 눈"에 정지한다. 그 "푸른 눈"을 통해서 노인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 눈에 담겨진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 눈에 담겨진 나. 내 눈에 담겨진 그 노인. 둘은 일순간에 일치되며 나는 여행자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누군가를 기다려온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짧은 이 시 안에는 시적대상과 시적자아의 몸 바뀜이 있다. 그의 시가 단순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p. 시 25/ 론 113) <이지엽/ 경기대학교 명예교수·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 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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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나는 어떻게 물들고 있을까』에서/ 2024. 5. 25. <들꽃> 펴냄
* 김홍섭/ 1982년, 건군34주년 기념 ⟪전우신문⟫에 시 당선 & 2010년 『문학세계』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오후의 한 때가 오거든 그대여』『기다림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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