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그리움 크면 산 되지 외 1편/ 김홍섭

검지 정숙자 2024. 5. 29. 02:19

 

    그리움 크면 산 되지 외 1편

 

     김홍섭

 

 

  그리움 크면 산 되지 

  그리움 깊으면 바다 되지

 

  기다림 오래면 저 큰 바위 되지

  그 위에 내리는 작은 이슬, 소낙비 내리니

 

  외로움 커지면 강물 되지

  산정에 내린 작은 눈물

  시내 되어 바다 이르지

 

  오호

  바램 오래면 저 별 되지

  별 바다 되지 은하수 되지

 

  내 슬픔 길게 이어져 쏟아져

  내리는 폭포 되지

 

  깊은 심연에 닿아

  솟아올라 호수에서 다시 비로 내리지

 

  내 기쁨 넓어지면 노을 되지

  온 하늘 꽃으로 물들이지

 

  내 사랑 순전한 바람 되지

  그대 고운 눈에 어리어

  예쁜 뺨에 머물다 머릿결 스쳐 떠나지

 

  창공에 그대 노래 부르지

  붉은 노을로 노래하지

     -전문(p. 10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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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떻게 물들고 있을까

 

 

  꽃피는 봄산 소쩍새 울면

  나는 어떻게

  노래하고 있을까

 

  비바람 맞고 달빛에 그을려

  나는 어떻게

  물들고 있을까

 

  이른 서리에 붉어지는 단풍에

  나는 어떻게

  여물고 있을까

 

  찬바람 진눈깨비에 젖어

  나는 어떻게

  비워지고 있을까

    -전문(p.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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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나는 어떻게 물들고 있을까』에서/ 2024. 5. 25. <들꽃> 펴냄 
김홍섭/ 1982년, 건군34주년 기념 ⟪전우신문⟫에 시 당선 & 2010년 『문학세계』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오후의 한 때가 오거든 그대여』『기다림이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