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산 역
최금녀
나,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눈밭 사이로 마중을 나오는 팻말, 파주 도라산 역······
도라산 역은 내 마음속 맞춤 가락
'돌아가는 고향역'의 은어
들꽃이 필 때, 흰 눈이 날릴 때, 망향제단에 절 올리고
렌즈의 각도를 맞추고, 그 너머를 보고
기적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한 정거장 지나면 함흥이고
한 정거장 지나면······ 고흥이고, 사리원이고, 북청이다
귀가 닳았다
애가 닳았다
세상 모르게 잠이 든
도라산 기차역을 지날 때마다
나 당장이라도
운전석을 차고 앉아
북녘으로 머리를 돌려
200, 300킬로로 냅다 달려가고 싶다
천 만의 한숨으로 낡아가는
저 팻말들 하나하나 껴안고
울고 싶은
자유로야!
파주야!
도라산 역아!
-전문(p.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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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터 동인 제7집 『시 터』 2022. 11. 10. <현대시학사> 펴냄
* 최금녀/ 1998년『문예운동』으로 등단, 시집『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외 8권, 시선집『한 줄, 혹은 두 줄』, 시와 시인론 · 작품론· 박제천 외『최금녀의 시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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