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이월/ 박숙경

검지 정숙자 2024. 5. 9. 00:51

 

    이월

 

     박숙경

 

 

  청머리오리 수컷이 물속으로 부리를 꽂고 궁둥이를 치켜든다

  앞발은 물속을 뒷발로는 바깥을 휘젓는다

 

  artistic swimming

  허공이 잠시 흔들린다

 

  한 바퀴 돌 때마다 태어나는 파문의 자세는

  butterfly

 

  아름답다, 라는 말은 절실한 순간에 태어난다

 

  돌 위에서 볕을 쬐던 흐린 갈색의 암컷이 뛰어든다

  솔로에서 듀엣으로 종목이 바뀐다

 

  바람의 노래는 크레셴도 데크레셴도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점점 난이도를 높인다

 

  우수雨水 근방에서 물구나무선 저들의 자세

  간절함이 자라면 경건함이 될까

 

  살얼음판 위에 벗어둔 하루 위로 고단한 바람이 지나간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밖은 눈이 오면서 쌓였던 눈을 지운다. 산중의 봄은 이렇게 당황스러운 경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마 서너 시가 지나면 산과 강을 제외한 마을에 눈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시인이 시를 쓰는 마음은 무엇일까? 이렇게 한바탕 내리고 사라지는 눈 같은 것일까? (···) 

  나는 상상한다. 시인의 뜰을. 자신만의 뜰을 가지고 있는 시인은 드물다. 나만 해도 방랑자여서 이곳저곳을 떠돌 뿐이다. 자신의 정원을 가꾸려면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할까? 그녀는 수많은 언어를 뿌리고, 자르고 쓸데없는 가지들을 쳐냈을 것이다. 그런 노고가 편 편마다 녹아 있다. 농부의 마음을 가진 시인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p 시 14-15/ 론 132-133) (전윤호/ 시인)

  ------------------

  * 시집『오래 문밖에 세워둔 낮달에게』에서, 2024. 4. 26. <달아실> 펴냄

  * 박숙경/ 1962년 경북 군위 출생, 2015년『동리목월』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날아라 캥거루』『그 세계의 말은 다정하기도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