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점(點) 외 1편/ 이정현

검지 정숙자 2024. 5. 1. 01:51

 

     외 1편

 

     이정현

 

  나를 위한 면적이 필요하다고 애원했지만 꿈쩍 않던 그가

  디큐브아트세터 10분 거리의 위치에서 먹고 자게 하더니만

  점 · 점 · 점들이 방출할 때의 숨소리를 읽으라 하였다

  역의 출구마다 쏟아지는 점들의 아우성,

  눈알보다 바쁘게, 마치 거리의 화면을 꽉 채운 비가

  대사를 외듯

  움직임이 언어보다 빠르다

  나

  나

  나

  점

  점

  점

  오고 감이 없다는 말 집어 전디고

  들숨으로 멈춤 한 채, 그에게 따지려니

 

  그가 사람들 틈에서 졸고 있다. 점인 채로

  움직임이 요란타

 

 

  선문답식 시작노트 :

  암두巖頭 이르시길

  '물을 물리침이 상이 되고, 물을 좇음이 하가 된다' 하시기에.

     -전문(p. 10-11)

 

 

     ---------

    살생

 

  법화경 읽는 친정엄마 곁에 누운 날도

  연등 속에 내 이름이 환히 비친 날에도

  쉬이 수그러들지 않던 불안을

  93층 호텔로 몰래 데리고 가 창문 아래로 떨어뜨렸다

 

 

  선문답식 시작노트 :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 때가 묻고 먼지가 앉는단 말인가.

      혜능의 게송 중에서

     -전문(p.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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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에서/ 2024. 4. 30. <황금알> 펴냄 

 * 이정현/ 1964년 강원 횡성 출생, 2007년『수필춘추』로 수필 부문 & 2016년『계간문예』로 시 부문 등단, 시집『살아가는 즐거움』『춤명상』『풀다』 등, 시선집『라캉의 여자』, 평론집『60년대 시인 깊이 읽기』, 산문집『내 안에 숨겨진 나』, //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 졸업, 현) 관공서,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요가와 명상을 강의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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