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點 외 1편
이정현
나를 위한 면적이 필요하다고 애원했지만 꿈쩍 않던 그가
디큐브아트세터 10분 거리의 위치에서 먹고 자게 하더니만
점 · 점 · 점들이 방출할 때의 숨소리를 읽으라 하였다
역의 출구마다 쏟아지는 점들의 아우성,
눈알보다 바쁘게, 마치 거리의 화면을 꽉 채운 비가
대사를 외듯
움직임이 언어보다 빠르다
나
나
나
점
점
점
오고 감이 없다는 말 집어 전디고
들숨으로 멈춤 한 채, 그에게 따지려니
그가 사람들 틈에서 졸고 있다. 점인 채로
움직임이 요란타
선문답식 시작노트 :
암두巖頭 이르시길
'물物을 물리침이 상上이 되고, 물物을 좇음이 하下가 된다' 하시기에.
-전문(p.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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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
법화경 읽는 친정엄마 곁에 누운 날도
연등 속에 내 이름이 환히 비친 날에도
쉬이 수그러들지 않던 불안을
93층 호텔로 몰래 데리고 가 창문 아래로 떨어뜨렸다
선문답식 시작노트 :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 때가 묻고 먼지가 앉는단 말인가.
혜능의 게송 중에서
-전문(p.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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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점點』에서/ 2024. 4. 30. <황금알> 펴냄
* 이정현/ 1964년 강원 횡성 출생, 2007년『수필춘추』로 수필 부문 & 2016년『계간문예』로 시 부문 등단, 시집『살아가는 즐거움』『춤명상』『풀다』 등, 시선집『라캉의 여자』, 평론집『60년대 시인 깊이 읽기』, 산문집『내 안에 숨겨진 나』, //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 졸업, 현) 관공서,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요가와 명상을 강의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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