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그 새는 새장이 구워준 빵으로 일생을 산다/ 송뽈깡

검지 정숙자 2024. 4. 19. 00:51

 

    그 새는 새장이 구워준 빵으로 일생을 산다

 

     송뽈깡

 

 

  여러모로 날개여, 거뜬히 날아다닐 자작곡 걸쳤는가.

  밖으로 나도는 음악이 새장을 소환하자

  비상 길쌈해대는 새소리가 솟는다.

  이때 길이 지휘해줄 터. 깃털 선언한 음표들이 흐른다.

 

  운명이여, 바람으로부터 태어난 노래와 놀아날 일이다.

  캄캄할수록 더 환해지는 법 그 길

  쫓는 눈빛에서 발화해 솟은 등불 태우며

  저를 가둔 새장 팔아, 활활 날개 사 먹는 새 말이다.

      -전문-

 

      에필로그(저자)

          상처가 큼큼거리고 눈물이 뚜벅거리는 이유

 

  나 내 운명을 외상해버렸듯

  이 시집은 해설을 달지 않는다. 신이 세상을 허한 것같이

  나는 내가 시 쓰는 것 태초에 허락했기 때문이다.

  냉큼 사로잡힐 줄 아는 느낌의 주인들이여.

  감히 내 상처가 감동의 시간을 선포한다.

  그로 말미암아 끈적끈적한 백만 한(1,000,001) 개

  해설이 떼려야 뗼 수 없는 꼬리표로 매달려주길 기대하며

  내 눈물은 외상술 마셔댄다.

 

  제주 애월 자취방에서.

   -전문(p. 시 46/ 에필로그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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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 새는 새장이 구워준 빵으로 일생을 산다』에서/ 2024. 4. 19. <뽈깡북출판사> 펴냄 

 * 송뽈깡/ 2002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 당선, 시집 『뽈깡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