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몽인화春夢印畵 외 1편
송뽈깡
또 번지는 아지랑이.
벌리는 입술이 떨리네. 추억은 저절로 피어나는 것
잔잔한 불꽃이네. 그 미소
사진 한 컷 접지 않는 날개에 걸어두리라.
춘풍이란 셔터 누르며 벌이 윙윙거리면
용용한 봉오리 안에서 은근히 곰곰
웅크려대기만 하던 목련꽃잎이 밖으로
조심스레 너울거리네. 마주친 눈빛 위해 더욱이
부드럽게 펄럭여대는 이 아지랑이는
얇은 플레어스커트 자락의 우아한 흐느적거림이네.
심연이 떨리네. 지상의 모든 설렘이 그리 재발하고
시간은 더불어 노 젓게 되네.
흐드러지게 유희할 순筍 붕붕거려대는
15개 입춘으로부터 던져진 소년이여.
끈적하게 팔짱 껴대는 꽃잎 미소
25개 봄으로 진수한 나룻배에 싣고
소녀가 흐르네. 만연하게 춘풍이 부네. 더더욱
두근대는 이 에스프레시보 그리움은
아른대는 추억이 인화해댄 것 아지랑이 사진첩이네.
신이 빼꼼히 엿보네.
-전문(p.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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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곰곰 거미줄 배수진을 친 창窓
클릭해대자 깜깜한 밤이 화면에 뜬다.
시간도 문장 바꾸며 날아든다.
건장한 희열의 느낌표 세워대는 전봇대.
석연치 않은 열꽃 끼적여대는 등불들.
그 주변 배경 삼은 마당은
세상 모든 별빛으로 눈동자 치장한
어떤 고양이와 킁킁대기 쉽게
코가 큰 어느 강아지의 거실이다.
돌아오기 위해 비워둔 집.
정원이 변주의 악보 돼버린 것이다.
말미암아 걸음이 엉켜버린 까닭인가.
갑자기 멈춰 선 시계추 같은 저 달
골목과 현관문들 비추기 위해
켜 든 음표 속에서 혓바늘이 돋는다.
부르던 가사가 흐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노래를 바꿔 불러야 할 터.
밤하늘 뜯어버리고, 새벽 클릭해대자
거미를 찾아서 거미줄들 난다.
-전문(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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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그 새는 새장이 구워준 빵으로 일생을 산다』에서/ 2024. 4. 19. <뽈깡북출판사> 펴냄
* 송뽈깡/ 2002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 당선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뽈깡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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