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춘몽인화(春夢印畵) 외 1편/ 송뽈깡

검지 정숙자 2024. 4. 19. 01:27

 

    춘몽인화春夢印畵 외 1편

 

     송뽈깡

 

 

  또 번지는 아지랑이.

 

  벌리는 입술이 떨리네. 추억은 저절로 피어나는 것

  잔잔한 불꽃이네. 그 미소

  사진 한 컷 접지 않는 날개에 걸어두리라.

  춘풍이란 셔터 누르며 벌이 윙윙거리면

  용용한 봉오리 안에서 은근히 곰곰

  웅크려대기만 하던 목련꽃잎이 밖으로

  조심스레 너울거리네. 마주친 눈빛 위해 더욱이

  부드럽게 펄럭여대는 이 아지랑이는

  얇은 플레어스커트 자락의 우아한 흐느적거림이네.

 

  심연이 떨리네. 지상의 모든 설렘이 그리 재발하고

  시간은 더불어 노 젓게 되네.

  흐드러지게 유희할 순 붕붕거려대는

  15개 입춘으로부터 던져진 소년이여.

  끈적하게 팔짱 껴대는 꽃잎 미소

  25개 봄으로 진수한 나룻배에 싣고

  소녀가 흐르네. 만연하게 춘풍이 부네. 더더욱

  두근대는 이 에스프레시보 그리움은

  아른대는 추억이 인화해댄 것 아지랑이 사진첩이네.

 

  신이 빼꼼히 엿보네.

     -전문(p.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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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집

 

 

  곰곰 거미줄 배수진을 친 창

 

  클릭해대자 깜깜한 밤이 화면에 뜬다.

  시간도 문장 바꾸며 날아든다.

  건장한 희열의 느낌표 세워대는 전봇대.

  석연치 않은 열꽃 끼적여대는 등불들.

  그 주변 배경 삼은 마당은

  세상 모든 별빛으로 눈동자 치장한

  어떤 고양이와 킁킁대기 쉽게

  코가 큰 어느 강아지의 거실이다.

 

  돌아오기 위해 비워둔 집.

 

  정원이 변주의 악보 돼버린 것이다.

  말미암아 걸음이 엉켜버린 까닭인가.

  갑자기 멈춰 선 시계추 같은 저 달

  골목과 현관문들 비추기 위해

  켜 든 음표 속에서 혓바늘이 돋는다.

  부르던 가사가 흐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노래를 바꿔 불러야 할 터.

  밤하늘 뜯어버리고, 새벽 클릭해대자

 

  거미를 찾아서 거미줄들 난다.

      -전문(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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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 새는 새장이 구워준 빵으로 일생을 산다』에서/ 2024. 4. 19. <뽈깡북출판사> 펴냄 

 * 송뽈깡/ 2002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 당선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뽈깡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