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마음 머는 소리 외 1편/ 정수자

검지 정숙자 2024. 4. 18. 01:20

 

    마음 머는 소리 외 1편

 

    정수자

 

 

  이화우 좀 보자는데 살이 선뜩 떨려서

  몸살약 뒤져보다 빈 약갑을 구기고

 

  널뛰는 잎샘 꽃샘을

  갑인 양 흘겨주다

 

  뉘보다 깊이 정든 스마트 체위라고

  위문이나 주문할까 폰을 들고 엎드리다

 

  속 모를 흰소리 판에

  속이 외려 시린 날

 

  무람없는 톡이며 인증샷 팍팍 지우다

  지음이란 너마저! 버리고 돌아서니

 

  꽃 적실 수작酬酌도 없이

  마음 머는 소리만

    -전문(p.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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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적

 

 

  결국은 보가 터진

  개발지의 형제 필지

 

  호적까지 들먹거린

  명절 끝이 파묘라니

 

  그나마 헌 집도 헐고

  찬 우물도 꾹 메우고

 

  그런 한때 흘리고 간

  대못 같은 뼈 한 편이

 

  선산에 달 좋다고

  호적胡笛 찾아 부는지

 

  놓아둔 눈물 고르듯

  은하수도 파르라니

     -전문(p.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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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인칭이 점점 두려워질 무렵』에서/ 2024. 3. 27. <문학의전당> 펴냄 

 * 정수자/ 경기 용인 출생, 1984년  <세종숭모제전국시조백일장>장원으로 등단, 시집『탐하다』『허공우물』『저녁의 뒷모습』『저물녘 길을 떠나다』『비의 후문』『그을린 입술』『파도의 일과』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