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머는 소리 외 1편
정수자
이화우 좀 보자는데 살이 선뜩 떨려서
몸살약 뒤져보다 빈 약갑을 구기고
널뛰는 잎샘 꽃샘을
갑인 양 흘겨주다
뉘보다 깊이 정든 스마트 체위라고
위문이나 주문할까 폰을 들고 엎드리다
속 모를 흰소리 판에
속이 외려 시린 날
무람없는 톡이며 인증샷 팍팍 지우다
지음이란 너마저! 버리고 돌아서니
꽃 적실 수작酬酌도 없이
마음 머는 소리만
-전문(p.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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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
결국은 보가 터진
개발지의 형제 필지
호적까지 들먹거린
명절 끝이 파묘라니
그나마 헌 집도 헐고
찬 우물도 꾹 메우고
그런 한때 흘리고 간
대못 같은 뼈 한 편이
선산에 달 좋다고
호적胡笛 찾아 부는지
놓아둔 눈물 고르듯
은하수도 파르라니
-전문(p.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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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인칭이 점점 두려워질 무렵』에서/ 2024. 3. 27. <문학의전당> 펴냄
* 정수자/ 경기 용인 출생, 1984년 <세종숭모제전국시조백일장>장원으로 등단, 시집『탐하다』『허공우물』『저녁의 뒷모습』『저물녘 길을 떠나다』『비의 후문』『그을린 입술』『파도의 일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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