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서정이 인식과 결합하지 못하면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숭원

검지 정숙자 2024. 3. 11. 00:38

 

    서정이 인식과 결합하지 못하면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숭원

 

 

  감동을 주는 시에는 시와 삶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인식이 담겨 있다. 새로운 양식을 창조하여 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돌이켜 보게 하거나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야 그것이 진짜 시다. 이것은 삶을 철저히 사유하고 대상을 진실하게 탐구하는 데서 자연스럽게 실현된다. 진실한 서정은 우리 마음에 직접 파고들어 파문을 일으키면서 삶의 반성을 유도하고 새로운 정동을 체험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정교한 서사, 선명한 논설과 구분되는 서정만의 독특한 형질이다. 훌륭한 시는 이 요소를 유전적 형질로 갖추고 있다. 서정의 차원을 떠나 이러한 요소가 부족한 시는 제대로 된 시라고 할 수 없다. 모든 시의 서정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 변별의 지점을 제대로 감식하는 사람이라야 비평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p.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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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결』 2024-봄(창간)호 <시결의 눈/ 시의 서정_「서정의 행로」>에서

  * 이숭원/ 1986년 『한국문학』으로 등단, 저서『백석 시, 백 편』『시 읽는 마음』『탐미의 윤리』『김종삼의 시를 찾아서』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