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에서 이산으로, 이산에서 통일로(일부)
이승하/ 시인 · 중앙대 교수
'판문점 선언'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이 공동 발표한 선언문으로 정식 명칭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연내 종전 선언,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남 · 북 · 미 정상회담, 남북 간 경제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현재 통일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있다.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일부, 금강산 내 남측 골프장 리조트 등을 폭파함으로써 남한과의 대화 단절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2018년 4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손을 맞잡은 채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도 보여주었지만 양쪽이 다 상대방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일 뿐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5년 동안 북한이 군사도발을 한 적이 없었다고 자평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와 같이 한반도에서는 분단 고착이 심화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에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의 휴전협정체결로 잠정 중단되었을 뿐이다. 2018년 이후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도 중단되었다. 이산가족들이 점차 고령화되면서 이산가족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일단 2세대, 3세대 가족은 이산가족이기는 하지만 헤어지는 슬픔을 직접 겪은 이산가족과 달리 자신을 이산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한 내에서도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촌수가 먼 친척과의 교류가 줄어드는 마당에 북한에 있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먼 친척과는 유대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고향이 북한인 이 땅의 몇몇 시인은 남한에서 살면서 북한의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를 썼다. (p. 9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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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詩魔』 2022-여름(12)호 <시詩 읽는 계절>에서
* 이승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 시집『사랑의 탐구』『뼈아픈 별을 찾아서』『생애를 낭송하다』『예수 · 폭력』등, 산문집『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등, 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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