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시인은 가난하게 산다고 했습니다
- 에세이집 『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 中
이향아
* 예로부터 시인은 가난하게 산다고 했습니다. 학창 시절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소설 쓰기를 권유하신 적이 있습니다. "소설을 쓰면 원고료도 많고 시인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나는 시를 쓰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구구절절 맞는 말씀인데도 나는 무슨 생각으로 고개를 흔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때 내 인생의 노정에서 가장 가난하고 암담한 터널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어찌할 작정으로 아무런 길도 제시하지 않은 시만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학을 돈과 결부시키는 것은 시를 모독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는 지금도 돈이 되지 않지만,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만일 시를 써서 부자가 된다면 시는 이미 타락했을 겁니다. (p. 170)
* 풀리지 않는 매듭이야 하나둘이 아니지만, 그것이 삶이려니 세상이려니 한다. (p. 204)
* 성실, 나는 이것을 인간의 덕성 중 가장 으뜸으로 친다. (p. 218)
*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잃습니다. 완전한 만족은 없어요." (p.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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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아 에세이 『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에서/ 2023. 3. 15. <스타북스> 펴냄
* 이향아/ 1963-1966년 『현대문학』 3회 추천으로 등단. 시집『캔버스에 세우는 나라』등 24권, 에세이집『쓸쓸함을 위하여』등 16권, 문학이론서 및 평론집『시의 이론과 실제』등 7권, 영역시집『In A Seed』, 한영대조시집『By The Riverside At Eventide』, 현) 호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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