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은 정서(emotion)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박대현
정동은 정서(emotion)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정서가 기존의 언어 코드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정동은 기존의 언어 코드를 벗어나는 감정 체계다. 정동이 신체적인 반응에 가깝다면 정서는 인지적인 해석과 결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신경과학에 따르면, 정서(emotion)는 사람들의 합의의 산물로서 발생하는 의미이고, 정동은 쾌감/불쾌감이나 평온/동요에 관련된 신체의 느낌에 해당한다. 신체의 느낌에 의미가 결합되기 이전의 것이 정동이고, 의미가 결합된 이후의 것은 정서에 해당한다.**
즉, 정형화된 인지적 해석은 매우 다양한 신체적 반응을 슬픔, 고통, 기쁨, 행복 따위로 규정해버리고 만다. 정동은 그러한 인지적 해석, 즉 코드화된 언어로부터 벗어난 감정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시는 정서가 아니라 정동을 구현해낼 때 시적 충격을 야기한다. (P. 304-305)
* 박대현 「시와 정동· 2 정동이론의 신경과학적 초고」, 『사이펀』, 2021-여름, 249쪽 참조)
** 리사 펠드먼 배럿, 최호영 역,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각연구소, 2019. 9. 22. 150-152, 243쪽
배럿에 따르면 정동은 신체가 하루종일 갖는 일반적인 느낌을 말하며, 그것이 의식의 주목을 받을 때 정동적 적소(Affective niche)가 된다 고 한다. 시에서 정서와 대비되어 쓰이는 정동의 개념은 이 정동적 적소에 부합하지만, 인문사회학에서 써왔던 개념인 정동을 그대로 쓰고 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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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2023-봄(28)호 <박대현의 현대시 읽기/ 시와 역설 · 3> 에서
* 박대현/ 2005년 ⟪부산일보⟫ 문학평론 부문 당선, 평론집『우울한 것의 추락』『혁명과 죽음』『황홀한 아파니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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