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네마 이야기>
그 붉은 마음, 진통제도
무통주사도 안 듣는
이영광_마음 1
김지율
하루에도 셀 수 없이 흔들리는 마음. 세상이나 타자와의 소통에서 수없이 중첩되고 해체되는 마음. 언제나 그 마음 때문에 생기는 많은 일들과 생각들. 아프고 슬픈 그것. 외롭고 적막한 그것. 분노하고 원망하는 그것. 그 무수한 마음의 결은 아무리 헤아려도 답이 없고 해결책도 없다. 그러므로 예민한 시인에게 이 현실은 '온 세상이 상처'이고 '아픈 천국'이다.
베이고 상처받은 그 마음이란 게 눈에 보이질 않아서 나의 마음이 얼마나 너덜거리는지 아무도 모른다. 시에서처럼 무통주사를 맞고 몸이 멍해지자 약 기운이 미치지 못하는 거기, 그 한쪽 구석에 아픈 마음이 오롯이 있다는 것. 육즙에서 핏물이 배어 나오듯 푸줏간 바닥에 미끈대는 핏자국 같은 그 눈물을 '마음의 통증'이라 시인은 말한다.
세월호 삼보일배의 현장에서 동생을 잃은 이가 옷이 다 젖고 신발이 해지도록 절을 하고 또 절을 한다. 부러질 듯 오체투지하는 몸. '죄 많고 벌 없는' 이 나라에서 그녀가 온몸으로 뚫으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그 몸에 세든 아픈 '마음'을 우리는 또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천장에 달려 뚝뚝 떨어지는 피 주머니' 같이 상처 난 그 마음은 진통제도 무통주사도 듣지 않는데.
이 시대의 상처들이 새겨지는 곳이 시인의 마음이라면 몸부림치던 그 마음들이 발화하는 현장이 '시'일 것이다. 하지만 분노와 자책 혹은 어떤 논리로도 세월호 유가족들이나 이 세상의 수많은 '마음의 통증'들을 오롯이 위로할 수 없다.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배우기가 가장 어렵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그들의 마음에 가 닿길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누구라도 이 가난한 마음들에 그만 상처 주시라. 이제 그만 좀 찌르고, 그만 칼질하시라. 자꾸 피가 새는 이 마음들을 한 번 보시라. ▩ (p. 53-55)
♧ 토리노의 말(The Turin Horse, 2012)
아무리 닦아 놓아도 다시 저무는 창문처럼, 돌아오지 않는 의자의 운명처럼, 반 토막의 어둠과 반 토막의 빛과, 우리가 운명에 맞서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옷을 입고, 매일 빨래를 하고, 매일 누군가를 만나는 것, 불을 끄고 빈방처럼 매일 심플하게, 더이상 파괴할 것도 더 내려갈 곳도 없는 현실. 돌아오지 않는 의자와, 돌아오지 않는 말들을 위해, 발소리를 죽이며 걷는 방법을 배우는 것, 물속에서 죽은 물고기와 알을 남기고 날아가 버린 새처럼, 우리는 어제 태어난 광장에서 돌아와 내일의 꿈을 꾸며 말한다. 채찍을 맞고 있는 말을 안고 있다거 돌아온 니체의 말처럼 "어머니 저는 바보였어요." (p. 55)
* 블로그 註: 영화 <토리노의 말> 포스터는 책에서 일독 要
※ 이 블로그에서 이영광 시 「마음 1」, 검색 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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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율_詩네마 이야기 『아직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서/ 2020. 12. 15. <발견> 펴냄
* 김지율/ 경남 진주 출생, 2009년『시사사』로 등단, 시집『내 이름은 구운몽』, 대담집『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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