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앉아 하늘과 잠시 놀다가는 돌멩이에게 내려온 배추흰나비와 김륭 돌멩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녀 이야기를 써볼까, 하고 생각했을 때는 나는 갓 서른 살이었고 봄날이었습니다. 돌멩이가 돌멩이 바깥으로 나왔다고 썼을 때는 마른 살이었고, 돌멩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돌멩이 바깥으로 나온 소년을 따라갔을까? 어디쯤 가서 돌멩이 바깥으로 나온 게 소년이 아니라 돌멩이인 줄 알았을까? 나는 소녀였고 소녀를 사랑한 소년이었고 마침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지금 슬픔에 대한 책이 아니라 아프기 좋은 날씨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중입니다. 돌멩이 속으로 들어가 돌멩이처럼 앉아 있습니다. 잠시 놀다 왔는데, 없는 게 없습니다. 여기 다 있습니다. -전문(p. 180)// 『다층』 2021-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