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206

최치원이 기술한 유교의 효충(孝忠)은···/ 고영섭

최치원이 기술한 유교의 효충孝忠은···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최치원이 기술한 유교의 효충孝忠은 바깥에 나갔다 들어와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집 안에 있다가 나아가서는 임금에게 충성하는(공자, 인칙효어가人則孝於家, 출칙충어국出則忠於國) 것으로 의미가 확정되었다. 이것은 부모와 임금 중심의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윤리관이다. 선진유학에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쌍무적 윤리와 수평석 윤리가 어느 정도 유지되었다. 하지만 한대 유학에서는 쌍무적 윤리와 수평적 윤리는 사라지고 일방적 윤리와 수직적 윤리로 바뀌었다.   유교는 인仁 사상을 역설해 왔다. '인'仁은 '인'人33)이며 '인하다는 것'人也者도 '인'仁34)이다. 이 때문에  '인'人이 '인'仁보다 선행하며 '인'仁은 '인방문화'仁方文化에서..

한 줄 노트 2024.10.22

구름도 무게가 있다(부분)/ 임종욱

구름도 무게가 있다(부분)    임종욱/ 소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각양각색의 구름이 떠다니는 걸 볼 수 있다. 뭉게구름, 새털구름, 양떼구름, 삿갓구름, 이름도 참 재미있다. 구름은 하늘을 떠다니니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즉 질량이 없다는 말이다. 그럼 정말 구름은 무게가 없는 것일까? 구름은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있는 것이니    그러니 비를 내리지    당연히 무게가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학드림'이라는 이름의 채널이었는데, 거기에 따르면 적운형積雲形 구름은 대개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킬로미터쯤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부피 안에는 물경 약 500톤의 물방울이 모여 있다고 했다. 이는 A300 같은 점보여객기 1대, 아프리카 ..

한 줄 노트 2024.10.15

폭력, 애도, 정치(부분)/ 김춘식

폭력, 애도, 정치(부분)     김춘식/ 문학평론가    애도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타자에 대한 '책임'을 자신의 내적 의미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가라타니 고진이 말한 칸트적 윤리의 명제를 실천하는 일이고 그래서 누구도 이 책임으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이 21세기적인 비전을 획득하는 과정에는 사실 이러한 거대 주체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경험이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거대 주체의 지배 아래에 있는 개인은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리고 자유가 없는 주체는 동시에 그 자유의 행사를 통한 윤리적 책임도 질 수가 없는 것이다. 기억과 신체에 대한 억압이 해방된다는 측면에서 90년대 이후의 민주화는 새로운 공동체와 정치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해방의 ..

한 줄 노트 2024.10.09

이미지의 유희 대신 자기 성찰의 자세를/ 김병호

이미지의 유희 대신 자기 성찰의 자세를      김병호    아쉽게도 이번 2024년 전반기 신인상 공모에서는 신인을 배출하지 못했다.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남으면서 또 다른 기대를 가져 볼 만한 기회였다. 낯익은 이름이 몇 보였으나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볼 수 없는 수준에 그쳤고, 새로운 이름들은 절대적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풍성해졌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시를 쓰는 이들이 있는 사실에 '다음에'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평론가 김현은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억합하지 않는 문학은 억압하는 모든 것이 인간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시가 자꾸만 읊조림이 되어가고 있다. 역사와 사회, 자기..

한 줄 노트 2024.10.09

다산은 18년이라는 긴 유배 기간에 불굴의 정신으로/ 정여운

다산은 18년이라는 긴 유배 기간에 불굴의 정신으로       정여운   * 신유박해로 1801년 3월 9일에 장기(포항 ※참고)에 유배 온 다산은 그해 10월 20일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좌절과 절망이 아닌, 투지로 시와 책을 지었다. 유배생활 중에 그는 「기성잡시 27수」,「장기농가 10장」,「고시古詩 27수」 등 60제題 130여 수의 시를 지었다.  효종이 죽은 해의 효종의 복상 문제로 일어난 서인과 남인의 예론禮論 시비를 가린 기해방례변己亥邦禮辯, 한자 발달사에 관한 저술인 「삼창 고훈」, 한자 자전류인 「이아술爾雅述」 6권, 불쌍한 농어민의 질병치료에 도움을 주는 「촌병혹치村病惑治」등의 저술도 후대에 남겼다.  다산은 18년이라는 긴 유배 기간에 불굴의 정신으로 실사구시의 학문을 집대성하고, 사..

한 줄 노트 2024.10.08

박잎_수필집 『툰드라백조 깃털을 아세요?』(부분들, 여섯)

언젠가 원주에서 시를 쓰는 노숙인에게 들은 말이 생각난다      박잎    * 언젠가 원주에서 시를 쓰는 노숙인에게 들은 말이 생각난다. 외로웠다는 그의 말을 이해한다고 했을 때 길거리 시인은 말했다. "끝까지 함께 하지 않을 거라면, 책임지지 않을 거라면 함부로 끄떡이지 말라"고. "잘해주지 말라"고. 이 대목에서 자꾸 그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말리나와 '나'의 대화엔 폭력의 숨은 얼굴이 예리하게 패어져 있다. (p. 21)   * 그는 거리와 광장을 돌아다니면서 단 한 닢의 동전으로 모든 사교를 집중시킨다. 밑 모를 보르헤스의 박학다식함에 손이 떨렸다. 저승길 노잣돈. 시체의 입에서 꺼낸 카론의 은화, 황제가 그를 장님으로 만들어 늘그막에 길거리에서 구걸할 수밖에 없었던 비잔틴제국 장군, 벨리사..

한 줄 노트 2024.10.02

2000년대 이후 중국 시 동향(부분)/ 오형엽

2000년대 이후 중국 시 동향(부분)      오형엽/ 문학평론가    중국의 현대시는 한국 현대시의 경향을 조망하고 새로운 지평을 탐색하기 위해서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중국 문단의 일반적인 관점에 따르면 1907년 루쉰魯迅이 서구 시인들의 시를 백화로 소개한 이후로부터,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발생한 문화혁명 이전까지를 '중국 현대시'로 부르고, 1970~1980년대 이후의 시를 '중국 당대시當代詩'라고 부른다. 본격적인 중국 현대시는 백화시 초기의 호적胡適 · 유대백劉大白 등에 의해 시작되었고, 이후 서구 낭만주의 시에 영향을 받은 서지마徐志摩 · 주상朱湘등의 신월파新月波, 서구 모더니즘 시에 영향을 받은 이금발李金髮 등의 상징파, 상징파를 계승하면서 순수시를 지향하는 대망서戴望舒 등의..

한 줄 노트 2024.09.22

21세기 중국 시단(詩壇) 풍경(부분)/ 이경하

21세기 중국 시단詩壇 풍경(부분)             "여러 소리의 기묘한 혼합"     이경하/ 중국 현대시·대중문화 연구가    1. "신新 타동사적 글쓰기"의 등장(부분)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는 글의 목적에 따라 글쓰기를 두 종류로 구분하며, 자기만족을 위한 글쓰기를 '자동사적 글쓰기', 지식 전달이나 독자 설득을 위한 글쓰기를 '타동사적 글쓰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6) 그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작가(ecrivain)'에 비해 ,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지식서사가'를 에크리방(ecrivant)이라 지칭하며, 작가는 '무엇보다도 자동사적인 언어의 본질을 추구하는 사람인 데 반해, '지식서사가'는 타동사적인, 어떤 목적(설명하고 증명하고 가르..

한 줄 노트 2024.09.22

세기의 바람둥이로 일컬어지는 카사노바/ 조명제

세기의 바람둥이로 일컬어지는 카사노바     조명제/ 문학평론가    호색한의 전형, 세기의 바람둥이로 일컬어지는 카사노바(Giovanni Giacomo Casanova, 1725-1798, 73세) 백작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사드보다 조금 먼저 출생하였다. 어려서부터 다독하며 수학, 언어, 철학에 큰 재능을 보여온 그는 청소년 시절 사제 수업을 받기도 했으나, 우연한 기회에 돈더미에 올라 권력 있는 귀족이 되어 여성 편력의 길로 접어들었다. 카사노바의 회고록 『카사노바 나의 편력』에 따르면, 그는 73년 간의 생애에서 고향 베네치아는 물론 로마, 파리 등 유럽 여기저기를 두루 돌아다니며 39년에 걸쳐 122명의 여자와 애정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근육질에 180미터의 멋진 외모(?)를 지녔던 18세기..

한 줄 노트 2024.09.18

에로티즘 문화와 문학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조명제

에로티즘 문화와 문학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조명제/ 문학평론가      마광수(서울. 1951-2017, 66세)는 유고 소설집이 되어 버린 『추억마저 지유랴』(어문학사, 2017)를 출판사에 넘기고,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에 본디의 제목을 바꾸어 '추억마저 지우랴'로 해 달라고 출판사에 연락한 것으로 전한다. 28편의 유고소설은 작품들이 대체로 짧은 편이지만, 자전自傳과 허구의 경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송희복, 「가버린 작가 남은 유고집」), 『마광수 시대를 성찰하다』(2019, 45쪽). 이 단편소설집 중의 「마광수 교수, 지옥으로 가다」는 마광수 자신의 가상적인 사후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p. 37)    에로티즘 문화와 문학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법관들이 에로티..

한 줄 노트 202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