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세기의 바람둥이로 일컬어지는 카사노바/ 조명제

검지 정숙자 2024. 9. 18. 03:14

 

    세기의 바람둥이로 일컬어지는 카사노바

 

    조명제/ 문학평론가

 

 

  호색한의 전형, 세기의 바람둥이로 일컬어지는 카사노바(Giovanni Giacomo Casanova, 1725-1798, 73세) 백작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사드보다 조금 먼저 출생하였다. 어려서부터 다독하며 수학, 언어, 철학에 큰 재능을 보여온 그는 청소년 시절 사제 수업을 받기도 했으나, 우연한 기회에 돈더미에 올라 권력 있는 귀족이 되어 여성 편력의 길로 접어들었다. 카사노바의 회고록 『카사노바 나의 편력』에 따르면, 그는 73년 간의 생애에서 고향 베네치아는 물론 로마, 파리 등 유럽 여기저기를 두루 돌아다니며 39년에 걸쳐 122명의 여자와 애정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근육질에 180미터의 멋진 외모(?)를 지녔던 18세기의 사람 카사노바는 절륜의 호색한답게 자신을 일커어 "관능적 감각을 발달시키는 것을 인생 제일의 목적으로 아는 독신자"라고 규정했다. 그런 그는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며 "유부녀로부터 사춘기 소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배우나 하녀 등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여성을 닥치는 대로 애인으로 삼았다. 그가 눈독들인 여자에게 혹시 약혼자나 남편이 있다 할지라도, 그에겐 그런 조건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불굴의 정열을 더욱 솟아나게 하는 축진제가 될 뿐이었다."(마광수,「'카사노바 콤플렉스'에 대하여」『성애론性愛論』, 해냄, 1997, 139쪽)     

  그에게는 여러 특징과 특색이 있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많은 여자들이 천하의 바람둥이라는 걸 알면서도 카사노바를 미치도록 좋아했다는 것이다. 카사노바의 연애 관계가 한때의 불장난으로 끝나버리는 것을 뻔히 짐작하면서도 수많은 여인들이 불나방처럼 날아들어 그를 사랑했던 현상에 대해 마광수는 "당시의 여자들이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감춰 두고 있던 바람기를 상대 남성에게 전이轉移시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같은 책, 144쪽)라고 말한다. '마법과 무신론' 혐의로 카사노바는 5년간 복역을 선고받고 탈옥을 결심, 1년 만에 성공하기도 하고, 부유한 귀족 마담 듀페를 속이는 사기 행각도 벌이는 등 파란 많은 생을 보냈다. 여행 중에도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는 불멸의 유혹 회고록 을 남기고, 1798년 6월 4일, 요로 감염 증상과 그간의성병이 겹쳐 73세로 사망하였다. (p. 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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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4-7월(665)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 조명제 문학평론가> 에서  

  조명제/ 경북 청송 안덕 핏골 직동稷洞출생, 1984~85년『시문학』 시 부문 천료, 1985년『예술계』 문학비평 부문 등단, 시집『고비에서 타클라마칸 사막까지』『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노래』, 학비평집『한국 현대시의 정신논리』『윤동주의 마음을 읽다』, 동인시집(공저)『남북시』 5권, 『한국시의 흐름과 역사』, 『글짓기 교실』, 편저『대학국어』등